'쩐의 전쟁'으로 변질…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개선 절실

선거 뒤 갈등·이탈 등 후유증 우려…상공인 권익·화합 무색
지역 경제계의 수장을 뽑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말 그대로 '쩐의 전쟁'으로 변질해 개선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3년 전 선거와 비교해도 투표권을 가진 회원 업체 수가 급증했고 회비도 수십억 원에 달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25일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등에 따르면 제25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를 위해 투표권이 주어지는 회비 납부를 최근 마감한 결과 관내 575개 업체가 30억원을 웃도는 회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광주상의 회원 대상 기업 2천400여 곳 가운데 24%가량에 해당한다. 3년 전 24대 선거에 참여한 업체가 365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선거전에 뛰어든 업체가 200곳 이상 급증한 셈이다.

회비를 납부한 업체가 갖는 선거권 총수는 3천304개, 최다 선거권 수 30표를 확보한 회원사는 27곳으로 집계됐다.

상의 회장 선거는 투표권(선거권)을 가진 이른바 상공의원(일반 의원 80명·특별의원 12명) 선거를 먼저 치르는데, 최근 3년 치 회비를 완납해야 투표권과 출마가 가능한 피선거권을 준다. 1인 1표의 보통 투표가 아닌, 업체 간 낸 회비 납부액에 따라 1표(50만원)에서 최대 30표(8천500만원 이상)까지 차등을 둔다.

여기에 특별회비(추가회비)를 내고 최대 30표까지 확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200만원을 내면 1표를 추가로 준다.

이 특별회비는 투표권 확보를 위해 밀린 미납 회비를 완납하는 경우와는 다른 것으로 추가로 표를 얻기 위해 내는 돈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별회비의 규모만도 25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 주변에서는 회원 업체 급증을 선거전에 이른바 '도우미'로 동원된 업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25대 회장 선거에는 전자부품 제조기업 디케이의 김보곤 회장과 가드레일 제조기업인 다스코의 한상원 회장이 경쟁한다.

두 후보자는 26일 오전과 오후 광주상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의 변을 밝힐 예정이다.

김 회장은 국제로터리 3710지구 총재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장, 광주상공회의소 부회장, 광주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한 회장은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남지역회의 부의장, 학교법인 홍인학원 이사장, 법무부 법사랑 광주지역연합회 회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연임한 현 정창선 광주상의 회장도 3년 전 회장 선거 제도의 개선을 약속했으나 오히려 특별회비의 표당 금액이 더 오르는 등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더욱이 선거가 과열하면 낙선 업체를 중심으로 대거 상의에서 이탈하거나 소극적인 참여로 돌아서는 등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특별의원에 입후보한 상공업 관련 비영리 기관·단체도 3년 전(21곳)과 비교해 배가 많은 42곳이 등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여실히 드러낸 데다 이번 회장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거가 워낙 과열된 만큼 각 후보 진영에서 동원한 업체가 엇비슷할 경우 12표를 행사하는 특별의원의 향방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3) 대표이사는 "회장 선거를 치르기만 하면 사실상 매표(買票)에 동원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역 상공인의 권익과 화합 등을 위한 선거가 갈등과 반목의 불씨가 된다면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광주상공회의소 상공의원과 특별의원 선거는 3월 12일, 회장 선거는 같은 달 20일에 치러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