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진 서울시청 공무원들…'셋방살이' 비용만 연 250억원
입력
수정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을 담당하는 시청 공무원 5000여명이 무려 8개 건물에 뿔뿔이 흩어져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내 공무원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서울시가 해마다 쓰는 임차료만 250억원을 넘는다. 서울시의회도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면서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2020년부터 제3청사로 쓰고 있는 서소문 2청사는 올 1월 기준 월 임대료만 17억원(연 204억원), 관리비는 월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건물의 4층부터 20층까지를 빌려 2실·1국·2본부 직원 1348명을 두고 있다. 3개 층씩 쓰고 있는 무교 청사와 프레스센터 청사 월 임차료(관리비 포함)는 각 8011만원(연 9억6132만원), 1억7347만원(연 20억8164만원)이다. 올해 세 개 청사의 임차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편성한 1차 예산은 217억원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임차건물도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근처에 있는 청계 청사(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인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직원 345명이 9개 층을 사용 중이다. 이 건물 임대료로 따로 편성된 예산만도 40억원 수준이다.
공간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시청 본청과 서소문별관, 남산 제1별관 등 분산됐던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2012년 서울시청 신청사를 열었다. 그런데도 새 건물이 기존 계획보다 낮은 층수로 건립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신청사에는 본청 직원 5052명 중 약 40%인 2004명만 들어와 있다.
설계안이 위원회 등에서 다섯 차례 바뀌면서 공간 활용도도 떨어졌다. 박원순 전 시장 때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축구장 세 개 크기인 1516㎡짜리 수직 정원을 조성했다. 사무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건물의 연면적 9만788㎡ 중 업무공간은 2만7138㎡다.서울시는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공실인 을지로 별관을 활용하는 안이 유력하다. 을지로 별관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이 있던 건물이다. 광복 이후 미국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됐다가, 1990년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2013년까지 시청 별관으로 사용됐지만 건물이 낡아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사용을 중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사로 다시 이용하려면 개보수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도 의정 활동을 위해 공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지난 20일 “현재 서울시의회 청사는 비효율의 극한 상태”라며 “서울시의회가 청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오세훈 시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본관은 직원 40%만 수용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 21개 실·국·본부 소속 공무원 5052명 중 3000명가량은 본청 주변 청사에서 근무 중이다. 별도 건물 네 곳은 한 해 250억원을 내고 빌려 쓰는 '임차 청사'다. 서소문 2청사(씨티스퀘어 빌딩),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무교 청사(더익스체인지서울 빌딩), 청계 청사(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 등이다.서울시가 2020년부터 제3청사로 쓰고 있는 서소문 2청사는 올 1월 기준 월 임대료만 17억원(연 204억원), 관리비는 월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건물의 4층부터 20층까지를 빌려 2실·1국·2본부 직원 1348명을 두고 있다. 3개 층씩 쓰고 있는 무교 청사와 프레스센터 청사 월 임차료(관리비 포함)는 각 8011만원(연 9억6132만원), 1억7347만원(연 20억8164만원)이다. 올해 세 개 청사의 임차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편성한 1차 예산은 217억원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임차건물도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근처에 있는 청계 청사(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인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직원 345명이 9개 층을 사용 중이다. 이 건물 임대료로 따로 편성된 예산만도 40억원 수준이다.
공간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시청 본청과 서소문별관, 남산 제1별관 등 분산됐던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2012년 서울시청 신청사를 열었다. 그런데도 새 건물이 기존 계획보다 낮은 층수로 건립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신청사에는 본청 직원 5052명 중 약 40%인 2004명만 들어와 있다.
공실인 을지로별관 사용 검토
현재 서울도서관으로 일부 보존된 구청사를 부수고 신청사를 짓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반대에 부딪히면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덕수궁이 청사 부지 맞은편에 있는 바람에 ‘앙각 규제’에 걸려 건물 층수를 올리지 못했다. 서울시 조례는 문화재의 경계선 지점에서 100m까지는 문화재에 대한 전망을 가리지 않도록 경계선 지점의 높이로부터 27도 선을 그어 모든 건물 높이가 그 아래로 들어오도록 제한한다. 당초 21층으로 짓기로 했던 건물 높이가 13층으로 조정된 배경이다.설계안이 위원회 등에서 다섯 차례 바뀌면서 공간 활용도도 떨어졌다. 박원순 전 시장 때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축구장 세 개 크기인 1516㎡짜리 수직 정원을 조성했다. 사무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건물의 연면적 9만788㎡ 중 업무공간은 2만7138㎡다.서울시는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공실인 을지로 별관을 활용하는 안이 유력하다. 을지로 별관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이 있던 건물이다. 광복 이후 미국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됐다가, 1990년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2013년까지 시청 별관으로 사용됐지만 건물이 낡아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사용을 중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사로 다시 이용하려면 개보수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도 의정 활동을 위해 공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지난 20일 “현재 서울시의회 청사는 비효율의 극한 상태”라며 “서울시의회가 청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오세훈 시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