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셔해서웨이 현금 223조 사상 최대…버핏 "투자할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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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호실적 낸 벅셔해서웨이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지난해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유틸리티 등 영업이익 28% 증가
"국내외 투자할 회사 몇 없어" 토로
지난해 11월 별세 '찰리 멍거'에 헌사
"찰리가 설계사였다면 나는 시공사"
벅셔해서웨이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회사의 현금 및 단기채권 보유량은 전 분기보다 390억달러 증가한 1676억달러(약 223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벅셔해서웨이는 2022년 초 하락장 때 애플과 셰브론 등 500억달러(약 66조6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한 이후 줄곧 현금 보유량을 늘려왔다. 버핏은 이날 투자자 서한을 통해 더 이상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미국 내에 벅셔해서웨이를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은 몇 없으며, 이들은 우리나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선택받았다”며 “국외에도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할만한 의미 있는 옵션이 될 만한 후보는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핏은 “(벅셔해서웨이가) 눈이 번쩍 뜨일만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회사를 있게 만든 보험사 게이코,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투자와 같은 대규모 거래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버핏은 2022년 하락장과 같은 투자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패닉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벅셔해서웨이는 막대한 자금과 확실한 성과로 시장 급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보험사·유틸리티 등 벅셔해서웨이 보유 사업의 지난해 4분기 세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84억8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게이코가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보험 청구건수는 줄어든 게 호재로 작용했다. 보험투자 부문 영업이익이 20억달러에서 27억5900만달러로 37% 증가했고 보험인수 부문 영업이익은 1억6000만달러에서 8억4800만달러로 430% 늘었다. 다만 철도 부문 영업이익은 14.4% 감소한 50억8700만달러로 집계됐다. 투자 수익을 포함한 벅셔해서웨이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373억5000만달러였다.
한편 버핏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영혼의 파트너’ 고(故) 찰리 멍거 부회장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버핏은 “찰리가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설계사였다면, 나는 그의 비전에 따라 공사한 시공사였다”라며 “그는 내게 형 같기도, 자상한 아버지 같기도 한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