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전임자 32명에 사무실 84개 제공한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사무실 총 84개 제공
노조전임자 최대 한도 32명…1인당 2.6곳 꼴
전체 1700평규모, 용답동 본사 사무공간에 육박
전문가들 "불법 지원 소지 있어"

113평 DMC 노조 사무실은 '사용 빈도 낮음'
공사, 사무공간 부족하다며 빌딩 대여 추진 '논란'
소영철 서울시의원 “과도한 지원 정상화가 우선”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소속 노동조합에 총 84개의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허용된 노조 전임자(근로시간 면제자)가 최대 32명인 점을 고려할 때 노조 간부 1명당 최소 2.6개의 사무실을 주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수준을 넘는 불법 지원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사무실 다 합치면 1700평 육박


25일 서울교통공사가 소영철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현재 총 3개 노조에 모두 84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제 1노조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에 58개, 제2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에 24개, 제 3노조인 올바른노조에 2개다. 이들 84개 사무실 전체 넓이는 5563㎡(1685평)에 달한다. 이는 교통공사 직원 500여 명이 쓰고 있는 서울 용답동 본사 사무 공간 면적 5601㎡(사장실 포함) 규모와 비슷하다. 조합원수를 고려할 때 서울교통공사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노조 전임자는 모두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고 해도 최대 32명까지 인정된다. 풀타임 전임자를 둘 경우 이는 더 줄어든다. 서울교통공사는 합법적 노조 전임자 1명당 적어도 2.6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노동조합법 상 회사는 노조에 ‘최소한 규모’의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만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노조 사무실 제공은 이를 넘어서는 불법 지원에 해당할 여지가 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사무실 상당수가 공사 사무실 면적 규정도 어기고 있다. 공사의 ‘사무실(기능실) 운영 예규’에서 노조 사무실 1곳의 면적을 ‘50㎡(15평) 이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84곳 중 30여곳 사무실은 50㎡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과도한 노조 사무실 지원은 노조의 자주적 운영을 침해하는 '원조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사무실 지원 정상화해야”


공사가 이처럼 비정상적인 규모의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게 된 것은 노조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준 결과다. 공사 소속 노조들은 노조 전임자가 315명, 관리 역사는 275곳에 달하는 점 등을 내세우며 노조 사무실 확대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정 상 타임오프 전임자는 연간 단위로 사전 지정해야 하지만 공사 노조는 이를 어기고 매달 파트타임 전임자를 새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총 315명의 노조 전임자를 지정해 왔다. 이는 타임오프 규정 위반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공사는 이 과정에서 타임오프를 악용한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사는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면서 32억원(시설비 15억, 보증금 7억, 연간 임대료 10억원) 들여 1700㎡ 규모의 서울 사당 소재 빌딩 임대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 노조가 쓰지 않는 일부 공간만 돌려 받아도 사무 공간이 확보되는 만큼 노조 사무실을 회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가 18조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행정 사무감사에서는 노조에 명도 소송을 제기하고 사무실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엔 “노조를 설득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사무실 허용 면적 기준도 50㎡에서 100㎡로 확대를 추진 중이다. 공사의 ‘노조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영철 서울시 의원(국민의힘)은 “법에 따라 노조 사무실만 운영해도 업무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공사는 적법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는 악습을 정상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이상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