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밸류업 프로그램, '밸류트랩'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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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 부족과 저평가는 달라‘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쟁점이 될 전망’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정책실패 공방 예상’. 제목은 비슷하지만, 첫 번째는 2010년 기사고, 두 번째는 지난주 기사다.
기업이 밸류업 이끄는 주체돼야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14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지나 윤석열 정부 시대가 됐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기적 정책 시각’으로 결코 풀어낼 수 없는 난제 중 난제다. 이토록 해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불러온 계기는 올초 윤석열 대통령의 네 번째 민생토론회다. 한 유튜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해결’을 부탁하자 윤 대통령이 “상속세와 세제”를 지목하면서 본격화한 것이다.앞서 윤 대통령은 ‘2024년도 증권시장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면 흔히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을 떠올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진단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논쟁 대상일 수밖에 없는 상속세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정부 부처들도 관련 정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주환원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등을 담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겠다”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관련 정책을 준비해왔는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이 주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결과 정부가 종목을 찍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PBR주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PBR이 1배 미만이라고 무조건 저평가 주식은 아니다. 기업 경쟁력이 저조한데 PBR 등이 낮아 저평가로 인지하고 잘못 투자하는 것을 ‘밸류트랩’이라고 하는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속에서 밸류트랩에 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관점을 정리해봤다.첫 번째로 순자산이익률(ROE)과 자기자본비용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서 ROE가 자기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면 저평가로만 볼 수 없다. 반대로 현대자동차처럼 PBR은 1배 미만이지만 ROE가 13.2%로 자기자본비용보다 높다면 저평가의 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개인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BR은 자본의 이익 창출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은 이익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다. 가령, 애플의 PBR과 PER은 38.0배와 28.4배고, 아마존은 9.0배와 60.5배다. 애플의 자본 이익 창출력이 아마존보다 4배 이상 높지만, 이익 지속성은 오히려 아마존이 애플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게 시장의 평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무 레버리지 효과를 제거하고 본연의 사업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총자산영업이익률(ROA)과 평균자본비용을 비교해 봐야 한다. 한 쇼핑사의 PBR이 0.23배인데 ROA가 1.3%로 평균자본비용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면 당연히 이 기업의 낮은 PBR은 저평가로 볼 수 없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부처의 단기적 정책이 되지 않아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듯이,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의 관치금융이 돼서는 안 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한국 정부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을 망신 주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우려 섞인 평가를 한 점도 금융당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