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턴·교수도 단체행동 조짐…기어코 공멸로 갈 텐가

의료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의사들이 공멸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데 이어 의대 졸업 후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까지 실력행사에 가세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서울대 전남대 조선대 제주대 경상대 부산대 등에서 인턴 임용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레지던트 4년 차들이 오는 29일 일제히 ‘졸국(과정 마무리)’하는 마당에 인턴마저 현장을 이탈하면 의료 대란을 넘어 의료 마비 사태가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전임의와 교수들까지 집단휴업에 동참할 조짐이다. 전공의 과정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전임의 상당수가 병원을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 ‘최후의 보루’인 의대 교수들도 집단휴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요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의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참을 예고했다. 극한투쟁에 대한 국민적 질타를 외면하고 후배들의 극한 행동을 부추기는 빗나간 제자 사랑이 될 수 있다.의사들의 행태에서는 최소한의 양식조차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진다. 의사들은 내달이면 대학병원 의사 30%가 사라질 것이라며 “절망적 상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위협 중이다. 의사들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국민 협박이다. “감옥에 갈 각오도 돼 있다”며 극한으로 치닫는 의사도 있다. 의사협회는 어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증원 규모 관련 의견을 청할 때는 답변을 거부하더니 이제 와 일방통행이라고 한다면 누가 공감하겠나.

의사들은 실력행사가 먹히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견이다. 생명과 건강에 대한 테러나 진배없는 일탈이 잇따를수록 국민적 분노만 커질 뿐이다. 어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교수 간 협의 모임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의사 본연의 책무를 돌아보면서 당장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