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경력 '일단' 마무리한 라건아 "공은 농구협회·KBL에"

작별 인사 전한 라건아 "날 일원으로 받아줘서 항상 고마웠다"
"계속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공은 아니라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에 넘어갔습니다.

내 수중에는 없죠."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 농구의 골밑을 지켜온 '특별 귀화 선수' 라건아(KCC)는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해 뛰고 싶다고 한다.

라건아는 25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태국전(96-62 승)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생활을 '일단' 마무리했다. 프로농구 소속팀 부산 KCC뿐 아니라 국가대표팀과 KBL까지 엮여 있는 '4자 계약'이 오는 5월 만료되는 라건아는 17분가량만 뛰고 15점을 퍼부으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당사자들이 연장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이날이 라건아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다자 간 복잡한 계약인 만큼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합의하지 못하면 라건아의 국가대표 경력은 별다른 반전 없이 이날로 마무리된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다른 귀화 선수를 찾으면 라건아와 대표팀의 인연도 이어지지 못한다.

KCC와 계약도 끝나는 터라 라건아는 재계약을 포함해 국내 소속팀에 적을 둘 방법도 찾아야 한다.

특별 귀화에 성공한 2018년보다 기량이 크게 떨어진 라건아지만 스스로 몸값을 낮추지 않을 경우에도 한국 국가대표와 동행이 어려워진다. 해외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와서 이를 받아들여도 한국을 떠나게 돼 이전과 같은 다자 계약이 불가능해진다.

라건아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단 작별 인사를 전했다.

라건아는 "(한국 팬들이) 날 받아줘서, 특히 내가 기복을 보일 때도 날 여러분의 일원으로 받아줘서 항상 고마웠다"며 "내가 이 팀의 구성원이 아닐지라도 계속 열성적인 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라건아는 "계속 발전했으면 한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베테랑다운 당부도 전했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가 최고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이번 (FIBA 아시안컵 예선) 2경기에서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이제 우린 이 지점에서부터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라건아가 계속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려면 일단 협회 내부 평가부터 통과해야 한다.

라건아는 지난 22일 원정 경기로 치른 호주와 A조 1차전(71-85 패) 주장으로 코트에 나서 21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 내내 몸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기동력과 활동량도 떨어졌다.

당시 농구계에서는 라건아가 국가대표다운 책임감을 가지고 뛰는지 의심의 시선도 잇따랐다.

최근 활약을 통해 부정적 시선을 어느 정도 뒤집은 라건아를 추후 평가할 안준호 감독은 귀화 선수 계획을 묻자 "생각은 많지만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다면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라건아는 한국 리그에 참여한 지 13년이 됐다.

대표팀에서도 벌써 7년째"라며 "주장은 감독, 코치의 역할도 맡는다.

선수들을 대표해 소통하는 자리인데 훌륭하게 잘 수행했다"고 격려했다. 라건아와 함께 김종규(DB)의 리더십을 칭찬한 안 감독은 "우리가 의미 있는 첫발을 보일 수 있었던 건 라건아 선수와 김종규 선수의 덕"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에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칭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