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최고치 경신…그 뒤에 숨은 엔비디아발 재앙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물가 불안과 실업률 상승 우려…AI 세계의 명암 / 美증시 주간전망
PCE, 심리적 저항선 뚫나…헤일리 선전 여부 주목
사진=AFP
미국 경제는 강합니다. 뉴욕증시는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 대만도 동반랠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주요국중 한국과 중국 정도만 'FOMO 증후군'(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미국 경제가 탄탄대로를 달릴 수록 인플레이션 완화의 길은 울퉁불퉁해집니다. 당연히 금리 인하의 시간은 멀어집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급할 게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이렇게 미국 경제를 불사조로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끈적끈적하게 만드는데 인공지능(AI)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엔비디아 파티'의 명암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호황 이끈 생산성 혁명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미국 경제가 강해진 이유를 생산성 향상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화자찬으로 느낄 수 있지만 숫자에서도 확인됩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 투입 대비 생산량으로 측정하는 노동 생산성 지수는 2022년부터 상승 중입니다. 기준점인 2017년 노동 생산성을 100으로 잡고 측정한 수치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한 분기별 생산성 증가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2%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3분기 동안 생산성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 10년 생산성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Fed 인사들도 놀라고 있습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지속적으로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발 호황의 명암

생산성 혁신은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입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늘면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격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의 생산성은 되레 올라가고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 현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팬데믹으로 악화한 공급병목 현상이 급작스럽게 풀리면서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설명입니다. 근저에는 적정 시점이 되면 생산성이 정체될 것이란 예상이 깔려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생산성 정체 시나리오는 큰 변수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AI가 생활 곳곳에 침투하면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어듭니다. 'AI발 실업'이나 'AI발 해고'도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노동 생산성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 증언들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 초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도 많은 석학들이 AI의 확산을 확신했습니다. 타냐 바니아 컬럼비아대 교수는 "챗GPT로 인해 AI 활용 비용은 줄고 생산성이 개선되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미국 상장사 중 50% 이상이 다양한 형태로 AI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드레아 아이스펠트 UCLA 교수도 "챗GPT는 기존 인력을 보완화거나 대체할 수 있어 AI를 통해 생산성을 확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리서치나 자료 분석, 코딩 같은 일부 업무에서 챗GPT는 초보자나 신입사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보기술(IT) 기준으로 5년차 이상인 경력직과 비슷하거나 못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잖은 기업들은 신입사원 대신 경력사원을 중심으로 직원을 뽑고 있습니다.

AI발 생산성 혁신의 수혜는 엔비디아가 거의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AI 서비스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사실상 독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확산전파할 AI 세상에 열광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년 만에 주가가 250% 뛰더니 엔비디아 시총은 9개월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파월 "생산성 향상 지속적이지 않다"

사진=AP
그렇다면 AI와 생산성 관계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폴리티코 기자가 파월 의장에게 노동이나 공급망 요인으로 인해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일단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반겼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팬데믹을 되돌아보면 근로자들이 해고됐는데 (생산)활동이 빠르게 감소하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급등했습니다. 그러다 생산성이 급격히 낮아졌다가 2023년에 다시 높은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팬데믹 경제를 극복하는 흐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달라졌느냐입니다. 생산성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측면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이 일시적인 것에 가깝다고 보고 원격근무 및 AI가 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는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아니라고 봅니다. 생산성 향상은 사람들의 활동이 되돌아오고 공급망이 복원되는 등 이런 광범위한 힘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파월의 발언을 정리하면 "AI발 생산성 향상은 단기적으론 인정하기 힘들다"입니다. 그리고 AI 같은 요인보다는 근본적인 경제구조 변화에서 생산성 혁명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달리는 엔비디아

파월 의장 말처럼 AI발 생산성 혁신은 당장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증시에선 AI 세상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경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AI발 실업으로 미국 노동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물가 상방 압력으로도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그런 분위기를 29일에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는데 1월 PCE까지 그런 기조를 이어가면 금리 인하의 시기는 더 멀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될 전망입니다.

현재 1월 PCE는 전년 동기대비 2.4%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월 2.6%에서 둔화하는 흐름입니다. 1월 근원 PCE 상승률도 전년 동기대비 2.8%로 전월(2.9%)에 소폭 완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월 대비 추이는 좀 다릅니다. 전월대비 1월 PCE 상승률은 0.3%로 전월(0.2%)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월대비 근원 PCE는 0.4%로 전월(0.2%) 상승폭보다 급등한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전월대비 상승률이 0.17%여야 연간 기준으로 물가 목표치인 2% 상승률을 기록하는데 0.4%면 두 배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로 가는 길은 더욱 울퉁불퉁해집니다. 시장 예상과 비교해 어떤 수치가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은 달라질 전망입니다.

중요한 경합주 경선

사진=UPI
이번주에도 대선 경선이 이어집니다. 승부의 추는 기울었지만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공화당 경선 완주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5연승했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헤일리는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오는 27일 대표적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미시간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립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헤일리의 선전이 이어질 지가 관심입니다. 그로 2일엔 미시간에서 컨벤션이 열리고 아이다호와 미주리에서 코커스(당원대회)가 개최됩니다. 3일엔 워싱턴DC에서 프라이머리가 이어집니다.

이번 주에도 '엔비디아 파티'로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지가 관심입니다. 여기에 PCE발 물가 불안과 트럼프 리스크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세상이 경제에 미치는 명암이 어떤 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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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