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주 깬 피엔에이치테크…"OLED 발광 소재 양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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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국산화 주역 현서용 대표“소재 연구개발(R&D)은 신약 개발 과정과 흡사해요. 결국 돈, 시간과의 싸움이죠.”
日 독점해 온 광학재료 개발
직원 절반이 석·박사급 연구원
프리미엄 소재로 사업 확대
지난 23일 경기 용인 피엔에이치테크 본사에서 만난 현서용 대표(사진)는 ‘소재 강국’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안고 창업한 기업인이다. 피엔에이치테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문 소재 기업이다. 현 대표는 전쟁과 같았던 10여 년의 R&D 끝에 2021년 일본이 독점해 온 OLED 광학재료 양산에 성공했다. OLED에서 빛이 발하면 그것을 모아주고 확산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굴절 재료다. 이 재료가 들어간 패널로 OLED TV가 제조된다.대우 오리온전기와 글로벌 소재기업 독일 머크사 등을 거친 현 대표는 2007년 1인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퇴직금 절반인 50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나섰다. 현 대표는 창업 초반 분자 구조를 설계한 뒤 중국을 오가며 샘플 실험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한 일부 재료를 업체에 공급하며 매출을 올렸지만, 제대로 된 소재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국내에 양산 시스템을 갖춰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는 R&D와 영업, 투자자 모집까지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볐고, 벤처캐피털 7곳과 정부의 도움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 회사의 강점은 R&D 역량이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석·박사 연구원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특허만 37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401억원, 영업이익은 약 35% 증가한 65억원이다. 주력 부문인 OLED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TV뿐 아니라 애플 아이패드, 자동차 전장 등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이젠 광학 소재를 넘어 발광 소재 양산이 목표다. 현 대표는 “발광 재료 분야가 제품 프리미엄이 높다”며 “이미 기술적인 준비는 마쳤고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기금 등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66%를 보유하고 있고, 22일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이 지분 5.12%를 장내 매수했다.
용인=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