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침체기 끝"…선진국 집값 들썩

OECD 주택가격 2.1% 상승

금리인하 기대감 커지자
美, 5.2% 상승…반등세 강해
英·캐나다, 이민자 늘며 급등

"中 주택 투자 수요 사라져
향후 2년간 내림세 지속될 듯"
글로벌 주요 선진국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은 전 세계 주택시장이 전환기를 맞은 모습이다. 특히 이민자가 몰려드는 선진국들은 주택 부족으로 집값 오름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시장 ‘최악은 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작년 3분기 명목 주택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2.1%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연초까지는 OECD 회원국 절반 이상에서 집값이 하강 곡선을 그렸다. 2022년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여파다. 2022년 OECD 회원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0.6%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하면서 OECD 37개국 중 대부분 국가의 집값 하락 속도가 둔화하거나 상승 반전했다. 성장세가 꾸준한 미국은 가장 강한 반등세가 나타났다. 작년 11월까지 1년간 명목 주택 가격이 5.2% 올랐다. 급등한 모기지 금리 때문에 대출 갈아타기가 어려워져 기존 주택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신축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급증하는 이민자가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버트 호그 캐나다왕립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주택 수요를 충족하려면 지금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1만5000가구의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평균 주택 공급량보다 건설 물량을 33% 넘게 늘려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집값이 2023년 중반 저점을 찍은 뒤 안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유럽연합(EU)은 연간 기준으로 집값이 1% 하락했지만 지난해 3분기엔 0.8% 소폭 상승했다.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EU 국가 중 상황이 가장 나쁜 독일도 집값 하락폭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연간으로는 집값이 10.2% 떨어졌다.

영국 리서치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위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국가에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된다”며 “주택 가격은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주택임대시장이 비교적 큰 나라에선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주택시장 하락장은 대부분 이미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주택 부족 지속될 전망

주요 선진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이민자가 몰리는 선진국에선 주택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루 첸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 주택시장에 대해 “다세대 주택 공급 증가로 임대료 급등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 부족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독주택 공급은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다만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일부 국가의 집값 내림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뱅 브로이어 S&P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마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을 것이지만 일부 국가의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집값 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완만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극심한 주택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은 당분간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7%의 가격 하락으로 투자 수요가 대부분 사라졌다”며 “향후 2년간 주택 가격이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이현일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