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도시 살리려면, 창조보다 '숨겨진 보석' 찾아야"

英 게이츠헤드 도시재생 이끈
세라 그린 NGI CEO

화려한 건물 많이 짓는다고
일자리 늘거나 경제 회복 안돼

그 도시만의 문화적 자산 발굴
새롭게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
게이츠헤드가 몰락한 탄광촌에서 ‘예술의 도시’로 천지개벽하기까지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었다. 그중 핵심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다. NGI는 2000년 영국 정부가 게이츠헤드와 그 인근 지역인 뉴캐슬의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설립한 준정부기관이다. 그 지역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도시 재생 사업을 홍보하며, 기업 투자 및 관광객을 유치하는 활동을 한다.

이달 초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타인 네빌홀에서 세라 그린 NGI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인터뷰했다. 그는 “수천억원대 빌딩은 돈만 있으면 어디에나 지을 수 있다”면서도 “화려한 건물들이 생겨난다고 해서 저절로 사람이 몰려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린 CEO는 이어 “특정 시설을 공급하는 단편적인 프로젝트에서 나아가 그 시설에 어떤 콘텐츠를 채울지가 중요하다”며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 도시의 사업을 알리고, 얼마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헤드에 설치돼 있는 앤터니 곰리의 대표작 ‘북방의 천사’.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변호사 출신인 그린 CEO는 영국산업연맹 지역 이사 등을 지낸 도시 재생 전문가다. 정부 주도 관광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에게 문화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사업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가치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도시 재생 사업은 ‘숨겨진 보석’을 찾는 일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만이 지닌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새롭게 보여주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그린 CEO는 “우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게이츠헤드를 이미 ‘문화 예술로 성공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린 여전히 배고픕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고, 일자리를 얻고, 투자하도록 하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