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없네"…'조단위 대어' 에이피알, 따따블은 '아직'

에이피알, 올해 코스피 1호 상장
따따블시 주가 100만
시총은 7조원대…아모레·LG생건 뛰어넘어
"100만원 될 때까지 안 판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네" "기대가 과도했나" (포탈 등 종목토론방 반응)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의 에이피알이 27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가운데 상장일 주가 상승폭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모가의 4배인 '따따블' 기록 시 주당 75만원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오히려 공모가 밑으로 내려가면 주당 최대 10만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증권가에선 상장일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37%로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인데다, 앞으로 풀릴 보호예수 주식을 고려하면 주가가 단기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관투자가가 상장일 매각이 아닌 수개월 뒤 주가가 오를 것이란 데 베팅했단 점에서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에이피알은 공모가(25만원) 대비 18만8500원(75.4%) 오른 43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78.2% 뛴 44만5500원, 장중 최고가는 87% 급등한 46만7500원으로 아직 따따블은커녕 상승률이 100%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올해 '코스피 1호' 공모주인 에이피알이 공모가 25만원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이 시간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3599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주가가 최대 가격제한폭인 400%까지 치솟으면 공모가보다 75만원 뛴 100만원이 된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7조5840억원까지 불어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전일 기준 7조2063억원)과 LG생활건강(5조212억원)의 시총 규모를 뛰어넘게 된다. 에이피알은 올해 첫 조단위 기업가치 공모주란 점에서 상장 전부터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흥행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상대로 흘러갔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증거금이 약 14조원이 몰렸고, 균등배정 확률이 6%에 그치면서 '빈속 청약자'가 속출했다. 이에 앞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치열한 경쟁 끝에 공모가를 희망밴드(14만7000~20만원) 최상단보다 25% 높은 가격인 25만원에 확정했다.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 사진=에이피알
하지만, 상장일 증시 흐름, 전일 뉴욕증시 결과 등에 따라 주가는 기대감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에이피알의 경우 상장일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가 전체 상장 예정 물량의 36.85%로 꽤 많은 편이다. 상장일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그만큼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단 얘기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일의 유통 물량(37%)과 2개월 내 보호예수가 풀리는 물량(23.2%)을 고려했을 때 상장 후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기관투자자는 당장의 매각보단 최소 최대 6개월 뒤의 차익실현을 바라보고 청약에 참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주가가 차츰 상승할 것이란 데 베팅한 것이다. 최근 공모주 '단타' 목적의 기관투자자가 늘면서 적게 물량을 받더라도 의무확약을 최대한 걸지 않으려는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무확약을 더 걸고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기관투자자도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확약률은 신청수량 기준 29.04%로 올해 공모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중에서도 1개월 확약 10.5%, 3개월 10.14%, 6개월 6.7% 순으로 많았다.

이충헌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 대표는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보니 수급적인 측면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주가가 75만원 정도로 뛰어 시총이 5조원이 넘는다면 이때 PER(주가수익비율)이 30배가 넘기 때문에 다소 고평가 논쟁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다만 밸류에이션의 경우 올해, 내년 회사가 실적 전망치를 잘 끌고 가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기관들이 확약 비중을 높여서라도 물량을 가져간 건 조금 물량을 받아 상장일 매각해 얻는 이익보단 중기 이상의 매각 차익이 더 클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상장일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다른 공모주와는 주가 흐름이 다소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