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인 줄 알았는데"…5명이서 2인분 요구한 손님 '반전'

손님이 남기고 간 손편지와 비타민. /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진상이라고 생각했던 손님이 마음을 담은 손 편지와 선물을 가게 앞에 남기고 떠난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약 151명의 자영업자가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타민 사 들고 온 손님, 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손님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작은 정육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A씨는 "손님 연령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한 번은) 넷이서 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왔으니, 1인분만 주문하고 소주 먹다가 가겠다는 손님도 있고, 사이드 메뉴인 된장찌개만 두 개 주문해도 되느냐는 손님도 있다"고 운을 뗐다.

며칠 전에는 가게에 손님 B씨를 포함한 5명이 오더니 "배부르니 고기를 2인분만 시켜도 괜찮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A씨는 "5인분까지는 주문 안 해도 괜찮다"면서도 "다만 최소 3인분은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B씨 무리는 "우리 다 못 먹어 아가씨~남긴 건 환불해주나?"라고 했고, 이에 A씨는 "아버지 저도 먹고살아야지요"하며 웃어넘겼다고 한다. 평소에도 이런 손님의 요구를 자주 겪은 탓에 이번 일은 웃으며 넘겼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이후 며칠 뒤 아침에 영업을 시작하려던 A씨는 문 앞에 걸린 쇼핑백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B씨가 남긴 손 편지와 함께 비타민, 말린 망고 2팩 등이 들어있었다.

B씨는 편지에 "엊그제 무리한 부탁을 드렸는데 되돌아보니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런데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비타민은 기력 회복에 좋다고 해서 사봤습니다. 드시고, 힘내세요. 미안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본 A씨는 "아마도 집에 돌아가서 이 얘길 따님에게 했고 많이 혼나신 듯하다"며 "예전엔 내 성질을 못 이겨서 '그렇겐 절대 안 돼요'라고 딱 자르기만 했었는데, (B씨 무리에게는) 웃어넘긴 게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 "(선물을 보니) 생각을 많이 하고 가져다준 것 같아 감동이다. 오늘도 힘내서 장사할 이유가 생겼다"며 "친절함은 배신하지 않는가 보다. 사장님들 오늘 하루도 힘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세상은 살만한 것도 같다", "친절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인류애가 충전되는 사연이다". "저런 사람이 많으면 살맛 나는 세상이 되는데 너무 훈훈한 이야기다" 등 반응을 보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