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휘감고 오마카세도…"1000만원이 안 아깝다" [슬기로운 반려생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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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휘감고 오마카세도…"1000만원이 안 아깝다"
사랑하는 '털' 가족을 위해 아낌 없이 돈을 쓰는 '펫 플렉스'는 한국 반려문화의 현 실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흐름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는 유기견 행크를 입양한 뒤 자신이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생로랑'의 옷을 입혔다. 이동장만 500만 원이 넘고, 가죽 목걸이와 목줄을 합하면 100만 원 가까이 된다. 배우 송혜교 역시 반려견 루비에게 자신이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펜디’의 코트를 입히고, 가죽 이동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공개했다.시간과 애정을 쏟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그룹 2PM 출신 배우 이준호는 바쁜 촬영 일정 중 시간을 쪼개 반려묘를 위한 그릇을 만들러 직접 공방을 찾는다. 반려견 준이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방송인 최화정은 "3년 전 서울 성수동으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가 서울숲"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준이와 매일 산책을 하는데, 산책 코스가 서울숲"이라며 주거지를 옮긴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의 배경에는 아이를 낳기보다 반려동물 키우기를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난 게 자리를 잡고 있다. 마치 자식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반려동물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게 하고 싶은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한 마리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월평균 약 13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이다. 한달에 수십만원 이상을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한국의 고가 반려견·반려묘 건조 푸드 시장의 성장세가 전 세계 평균을 훌쩍 웃도는 데엔 이런 실상이 반영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고가 반려견 건조 푸드 시장은 10년 전 대비 150.0%(연평균 9.6%) 증가한 총 3억3190만 달러(한화 약 443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은 127.4%(연평균 8.6%) 불어났다.특히 반려묘 건조 푸드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10년 전보다 577.6%(연평균 21.1%) 늘어난 2억1080만 달러(약 2814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의 성장률 145.6%(연평균 9.4%)를 4배 증가했다. 이 시장에서 한국의 10년간 성장률이 전 세계 성장률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오마카세 먹는 반려견…"자리 없어서 못 가요"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한 '반려견 오마카세' 전문점은 반려인들 사이 "우리 아이 대접해주기 좋은 장소"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코스 형식으로 나오는 반려견 전용 요리를 포함해 반려인들을 위한 다과의 총가격은 11만3000원.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도 말과 캥거루 고기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식자재로 만든 '특별식' 등이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에 실패하기 일쑤다.이곳에 방문한 반려견은 '구찌'의 1180만원짜리 '펫 베드'에 앉아, 133만원짜리 '펫 코트'를 입고 식사할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을 예정이라는 윤모 씨(26)는 "가족들이 전부 일하다 보니 제대로 못 챙겨줄 때가 많은데, 한 번쯤은 내 반려견에게 대접받는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며 "사람도 비싼 공간에 가서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나. 반려견도 한가족이니 누릴 권리가 있다"고 했다.최선아 퍼피라운지 대표는 "사람도 특별한 날 챙겨주듯 반려견의 생일 등 특별한 날 거액을 투자해 이벤트를 해주려는 반려인들도 많다"며 "앞으로도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프리미엄 펫푸드와 옷, 소품 등을 제공하는 곳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콧대 높기로 유명한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프리미엄 펫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견을 위한 제품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히는 구찌에서 가장 고가의 제품인 펫 베드는 1210만원에 달한다. 한 서울시내 백화점 구찌 매장 관계자는 "490만 원짜리 반려견 이동 가방의 경우 매장에 입고되면 거의 바로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셔틀버스까지 운행하는 '개치원'
미국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는 미국에서 반려견 교육을 위해 하루 비용 10만 원에 달하는 반려견 유치원을 보낸 바 있다. 서동주는 "(반려견) 레아가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어릴 땐 망나니처럼 가구도 부수고, 바닥도 다 긁어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의 추천으로 몇 달 다녔는데, 3차 면접까지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한국도 비슷하다. 서울 행당동에 있는 한 강아지 유치원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멍문(의성어 '멍멍'과 '명문'을 합친 말)유치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은 유치원뿐 아니라 호텔, 스파, 미용실, 동물병원까지 운영한다. 유치원에서는 기본적인 매너 교육 뿐 아니라 산책 예절, 행동 풍부화 교육 등의 수업이 커리큘럼에 맞춰 진행된다.비용은 강아지의 크기와 이용 횟수에 따라 월 23만5000원(8kg미만 소형견·주 1회)부터 215만5000원(20kg미만 대형견·주 5회)까지 다양하다. 이 유치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100만 원대의 미용·유치원·병원 패키지로 강남구, 용산구 등 인근 지역으로 '셔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반려견 유치원 바우라움의 신세진(37) 원장은 "부모들의 눈높이가 높아 강아지 유치원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새로운 서비스나 교육 과정을 지속해서 발굴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유기견을 입양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반려인 박민경(35) 씨는 "워낙 겁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유치원을 다니면서 사회성이 많이 좋아졌다"며 "사람이 다니는 유치원과 똑같다. 단순히 강아지를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성이나 산책 매너 등을 배워온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위탁관리업 사업장의 개수는 2018년 말 2745개에서 2022년 5034개로 1.8배 증가했다.
서울 동물복지지원센터의 반려동물 시민학교에서는 반려묘의 행동 교정 수업이 분기별로 진행되고 있다. 고슴도치·햄스터·미어캣 등 야생성이 있는 특수 반려동물이 경계를 풀고 주인의 손에 적응할 수 있게끔 훈련하는 '핸들링' 교육도 반려인 사이에서 인기다.
햄스터 핸들링에 관한 정보를 다룬 유튜브 영상이 45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대구보건대학교 반려동물 보건관리과는 '핸들링론' 과목을 운영하기도 한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한국은 세계 최악의 인구감소 위기를 겪는 데 반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는 급증하는 추세"라며 "애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 귀하게 키우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동물이 인간과 같이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현상도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연/김세린/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한경닷컴은 심층기획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총 7회에 걸쳐 매일 아침 7시 게재합니다.https://bit.ly/3T2WvJ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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