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트럼프, '큰손' 잃은 헤일리…'쩐의 생존게임'된 美 대선

헤일리 "슈퍼 화요일 이후 남아있을 필요 없다"
"트럼프, 6000억원대 벌금 내려면 부동산 매각"
사진=로이터
미국 보수 진영의 거대 후원단체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000억원대 법률 비용을 부담할 현금이 부족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화당 경선이 '경제적 생존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미 보수 진영의 '큰 손'인 코크 네트워크에 소속된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후원을 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코크 네트워크는 2004년 억만장자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세운 보수적 정치단체다. AFP는 코크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미국 50개주 전역에서 방문 유세를 펼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에밀리 사이델 AFP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헤일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패한 후 지출 우선순위를 재고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제 경쟁이 치열한 상·하원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델 대표는 "헤일리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헤일리의) 도전을 고려할 때 외부 그룹이 헤일리 승리의 길을 넓히는데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헤일리 전 대사는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부터 전날 끝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까지 5차례의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패했다. 폴리티코는 "현재 추세를 봤을 때 헤일리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가 다음달 5일 있는 '슈퍼 화요일'(17개 지역 동시 경선) 이후에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우리는 슈퍼 화요일까지 계속 갈 것"이라면서도 "3월 5일 이후엔 반드시 경선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EPA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법률 비용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은 지난 2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대출 혐의를 인정해 총 4억5400만달러(약 6050억원)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3억5500만달러의 벌금 원금에 3개월 간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등을 합한 금액이다. 전체 벌금에 대한 이자는 하루 11만4000달러로 해당 이자는 벌금 납부를 하거나 공탁하기 전까지 계속 누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뉴욕 남부연방지법의 판결에 따라 칼럼니스트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두 사건 모두 항소하려면 벌금과 위자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현금이 충분한 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사기 대출 사건 공판에서 "4억달러 이상의 현금이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 "트럼프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현금 형태의 사업 자금이 필요할하다"며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일부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