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직 사퇴…횡령·배임 혐의로 조사 중
입력
수정
이 위원장 "26일자로 우정연맹 위원장직 사퇴"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우정노동조합의 이동호 위원장이 본인이 만든 전국우정사업노동조합연맹의 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이 지방본부의 위원장들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돌입하면서다. 향후 '졸속 출범'으로 비판받은 우정연맹의 존립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 우정노조의 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경찰, 이 위원장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 착수
우정노조와 군소 노조 묶은 '우정연맹' 두고
3월 노조 선거까지 파장 일파만파로 일 듯
○경찰, 수사 돌입…이동호 "참담하다" 사퇴의 변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 주 노조 내부에 게시한 성명문을 통해 "우정연맹 위원장직을 26일 자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연맹 출범을 통해 조직 확대 및 연대로 더 강력한 우정노조를 완성하고자 했던 제 마음은 진심"이라며 "조직 분열이 야기되는 것을 보면서 위원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조직의 분열은 가장 뼈 아픈 부분"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업무상 횡령·배임 및 뇌물수수죄 등으로 피소된 상태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후원금 형태로 노조 산하 8개 지방본부위원장으로부터 1000만원씩을 상납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이 위원장은 지방본부 위원장의 회비 인상분 9600만원을 본인이 챙겼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모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 역시 업무상 횡령·배임 및 뇌물공여죄로 등으로 함께 피소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비 인상분을 이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 내용은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지역위원장들을 감사원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는데, 이 위원장은 꾸준히 혐의를 부인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김포경찰서는 이 위원장 사건을 조만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첩할 예정이다. 혐의에 대한 증거·증인이 방대하고 이 위원장이 현직 우정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에서다.
○ 노조 내부에서는 여전히 "우정연맹 해체"
우정노조 수장인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중간 상급단체인 우정연맹을 출범시켜 초대 위원장에 올라 논란을 빚었다. 우정연맹은 기존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근로자 등 군소 노조를 묶은 연맹 형태의 단체다.이후 우정노조 내부에선 반발이 컸다. 이 위원장은 60세인 우체국 정년을 앞둬 다음 달 치러지는 우정노조 위원장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 이때문에 그가 나이와 연임 제한이 없는 형태의 우정연맹을 조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 위원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그가 우정연맹 위원장직도 내려놓으면서 우정노조 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이 위원장은 완전히 노조에서 물러나게 된다. 연맹을 출범시킨 이 위원장에 대한 내부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노조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대의원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지도 않았고 위원장 선출 공고문도 없었던 셀프 위원장"이라며 "우정연맹 사퇴 쇼가 아니라 연맹 탈퇴 및 해체를 선언하라"고 비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