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잦아진 홍수…환경부 '하천 정비' 선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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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 지휘봉 잡은 환경부최근 세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기후변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에는 폭우로 논산천도 제방이 무너져서 농경지와 축사가 침수됐고, 재작년에는 최대 시간당 141.5㎜의 집중호우로 인해 강남역 일대 등이 침수됐다. 재작년 가을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에서는 인근 제철소가 침수돼 제철소의 가동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기상청에서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0년마다 강수량은 17.7㎜ 증가한 반면, 강우일수는 2.7일 감소했다. 강우 일수는 줄어드는 반면 강도는 증가한 것이다. 일 최대 강수량도 10년마다 2.1㎜ 증가하고 있고,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을 비교하면 14.3㎜ 증가했다.환경부는 2022년 국토교통부에서 하천 업무를 이관받은 뒤 기상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후변화 적응이라는 환경부 본연의 업무에 하천 정비라는 새로운 업무가 적절히 융화되면서 치수 정책에도 전면적인 쇄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합류하는 구간
하천법 개정 따라 직접 관리 가능해져
정비 필요한 411개소 선정 순차적 공사
AI 활용해 홍수 예보…인명피해 방지
○지자체 관리하던 배수영향구간 국가가 정비
봉황천은 충청남도 금산군을 흘러 금강 본류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평온한 농경지 하천인 봉황천도 2020년 홍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원인은 금강 본류에 있었다. 평시라면 봉황천의 물이 금강 본류로 합류하여 흘러 내려갔어야 하지만, 집중 호우로 불어난 본류의 물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류인 봉황천의 수위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문제는 본류 하천인 금강의 제방이 충분히 정비돼 있었음에도 합류 지점 지방하천의 제방 높이는 부족했던 것. 결국 인근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이처럼 본류와 지류가 합류하는 구간에서 홍수기 본류 수위 상승에 영향을 받는 구간을 ‘배수영향구간’이라고 한다. 봉황천의 사례처럼 배수영향구간에서 발생하는 홍수에 대한 예방이 부진한 원인은 하천의 관리주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가하천 구간만, 지자체는 지방하천 구간을 각각 정비해왔지만 지자체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 보니 충분한 예산 투입이 어려워 미처 정비 되지 못한 구간이 남아있는 것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방하천 배수영향구간을 국가가 직접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하천법을 개정했다.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가 직접 하천공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1월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합류하는 구간 중 정비가 필요한 구간 411개소를 선정해 고시했다. 올해 20여개소에 대하여 하천 정비를 위한 설계를 추진할 예정이며, 매년 신규 사업대상지를 선정해 배수영향구간 정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관리하기
국가하천 배수영향구간을 정비하는 것만으론 모든 지방하천이 홍수로부터 안전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총 3841개소로 총 연장이 2만9574㎞에 달한다. 그 중 국가하천은 73개소에 불과하며, 하천 총 연장 3602㎞에 불과하다. 연장 기준으로 봤을 때 국가가 직접 정비하는 하천은 12.2%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관리가 시급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국가가 빠르게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하천의 지정요건에 부합하는 368개소의 지방하천 8237㎞를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그 중 20곳의 지방하천 466.71㎞를 국가하천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승격시켰다.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이 결정된 20곳 중 10곳은 올해 10월, 나머지 10곳은 내년 1월부터 국가가 맡아 관리한다.○홍수 흐름을 방해하는 퇴적토 준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하천 정비의 핵심 개념은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물이 넘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물을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물이 흐르는 길, 즉 ‘통수단면’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방을 쌓고 하천의 바닥인 하상의 퇴적토를 걷어내는 준설이 필요하다. 제방이 하천 수면의 윗부분의 공간을 물길로 마련한다면, 퇴적토 준설은 하천 바닥 아랫부분의 공간을 물길로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그간 준설사업은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의 물관리 일원화로 환경부 고유 업무인 ‘생태계 보전’과 환경부의 새로운 업무인 ‘하천 정비’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꼭 필요한 준설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부처 간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원활한 추진이 어려웠던 준설 사업이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국가하천 25개 사업지구에 대해 약 226만㎥을 준설할 계획이며, 국가하천 유지준설 112만㎥도 병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노후화된 제방 일제 점검에도 나선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제방 누수가 발생한 충남 논산시 논산천의 경우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제방이 축조됐다. 이처럼 지 래된 제방이 많아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환경부는 제방안전성평가를 통해 전국 국가하천 제방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조사 결과 정비가 필요한 경우 노후화된 제방에 대한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활용 홍수예보 도입
한편 환경부는 하천 정비 외에도 신속한 홍수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AI) 홍수예보를 도입하는 등 홍수예보체계를 개선한다. 올해 홍수기부터 홍수특보지점을 기존 75개에서 223개로 확대하고, AI가 예측하면 예보관이 검증하여 발령하는 AI 기반 홍수예보를 실시한다.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홍수 정보 전달을 위해 경보를 발령할 땐 대국민 안전 안내문자에 침수우려지역 및 본인위치 정보 제공, 운전자 내비게이션 위험지역 안내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하천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올해 말까지 전국 주요하천에 수위관측소를 신설해 671개에서 929개로 늘린다. 이렇게 되면 하천이 있는 206개 시·군·구에 최소 1개 이상의 수위관측소가 확보된다. 하천수위를 1분 주기로 관측해 관계기관에 실시간 수위 정보도 제공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위기로 변화된 환경은 홍수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도 “다가올 홍수기를 대비해 배수영향구간 정비, 국가하천 승격 등 정부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최대한 인명피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