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신간] 시베리아의 숲에서

좌충우돌 몽골제국사·풀
▲ 시베리아의 숲에서 = 실뱅 테송 씀. 비르질 뒤뢰이 만화. 박효은 옮김.
누구나 한 번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파묻혀 사는 삶을 꿈꿀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 태생 저널리스트이자 여행 작가인 실뱅 테송이 러시아 바이칼호숫가 작은 오두막에서 보낸 6개월을 담은 그래픽노블이다.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지고, 꽁꽁 언 호수와 눈 덮인 시베리아 숲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오지에서 테송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매일 오두막을 데우기 위해 장작을 패고, 얼음을 깨서 물을 긷는 단순하고 고요한 삶이 오히려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느낀다. 원작 에세이는 2011년 발간돼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다.

뒤뢰이가 이를 그래픽노블로 새로이 펴내면서 광활한 러시아의 자연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북스힐. 112쪽.
▲ 좌충우돌 몽골제국사 = 봉닭 글·그림. 설배환 감수.
아시아와 유럽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유목민 제국 몽골의 역사를 다룬 만화다.

몽골을 야만인이나 잔인한 정복자로만 보던 정주민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고 상인과 지식인, 종교인을 후원하던 제국으로 재조명했다.

우리가 잘 아는 칭기즈 칸부터 몽골 제국의 흥망성쇠, 원나라의 역사 등을 20개 주제로 나눠 만화로 풀었다. 특히 원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설씨 가문, 고려인과 결혼한 목축업자 석곡리 보개 등 우리나라와 몽골의 접점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설배환 전남대 사학과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한빛비즈. 384쪽.
▲ 풀 = 김금숙 만화.
한국 만화 최초로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을 수상한 '풀'이 7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이 만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애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전쟁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위안부 실태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고통스러운 장면은 나무나 바람 같은 스산한 이미지로 대체한 장면에서 섬세함이 돋보인다.

또 위안부 피해자를 수동적으로 그리는 대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닌 평화운동가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 초판 출간 후 절판됐지만, 35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0년 미국 하비상을 비롯해 크라우제 에세이상, 빅아더북 최고의 그래픽노블상, 카투니스트 스튜디오 최우수 출판만화상,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스페인 안티파스상, 이탈리아 트레비소 만화축제 최우수해외만화상 등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3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지구 반대편, 중남미에서 그렇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는 진심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창비. 4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