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케어 자문 '큰 장 서나'…빅4 회계법인 조직 확대

한미약품 레고켐 등 빅딜에 시장 '옥석가리기'도 한창…자문시장 기지개
M&A, IPO, 컨설팅, 실사 등 시장 양분해온 증권사와 회계법인
대기업 '신성장동력'지정에 삼일,삼정,EY,딜로이트 등 관련 조직 강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자문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훈풍이 불고 있고, 첨단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국내 중견·대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올들어 한미약품,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등 대형 인수·합병(M&A) 딜이 잇따라 성사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시장의 '옥석가리기'도 진행되고 있고, 기업 승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구조조정성 딜도 상당할 전망이다.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분야 자문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증권사와 회계법인들은 전문 인력을 확보해 관련 조직을 확대하며 M&A, IPO, 컨설팅, 전략수립, 분석, 지배구조 개선, 실사 등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100건 이상 IPO수요 있지만 M&A가 더 활발해질 것"

바이오산업은 영업이익률이 20~50%로 6% 안팎인 기존 제조업 대비 월등히 높은 데다 기술 진입장벽도 커 대표적인 미래 신수종산업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약 2600조원으로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PwC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의 관련 M&A 규모가 올해 최대 356조원으로 작년(288조원)보다 23%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국내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자문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일PwC,삼정KPMG,EY한영, 딜로이트 등 '빅4'회계법인이다. 증권업계 역시 기술특례상장 등을 자문하기위해 상당한 바이오 전문 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100건 이상의 바이오 IPO수요가 있을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증권사의 자문 마케팅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때문에 회계법인과 아이큐비아 등 자문 전문회사들의 활약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 전문 공인회계사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신뢰 회복이 더뎌, 올해는 IPO 보다 M&A를 통한 투자 회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최초 전담팀 가동한 삼일PwC, 누적 M&A거래 8조, K-IPO도 이끌어

삼일PwC는 서용범 파트너를 리더로 2016년 회계법인 업계 최초로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조직을 가장 먼저 출범했다. 현재 감사, 세무자문, M&A 등 10여 명의 전문가 파트너로 구성됐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회계 이슈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업계 유일의 출판물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IFRS 이슈와 해결방안’을 2020년 출간했다. 감사고객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그룹, 지아이이노베이션, 고바이오랩 등을 확보한 상태다.

대표적인 M&A자문 실적으로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의료기기 제조사 루트로닉 경영권 인수(인수 측 재무 및 회계 자문), SK그룹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의 자본 유치(회계 실사), 한국콜마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한국콜마 제약 사업부 및 콜마파마 거래(재무 및 회계자문), 솔루스첨단소재의 솔루스바이오텍 매각(회계 자문),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등이다. 2020년 이후 누적 M&A거래 규모만 8조원에 달한다.네오이뮨텍,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해외소재 바이오기업의 국내 상장 프로젝트(K-IPO)도 삼일PwC가 주도했다. 남승수 파트너가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USA에 수년간 참가하며 한국거래소,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해외 소재 바이오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진단, 디지털헬스케어, 펫케어 등 헬스케어 산업의 예비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회계, 세무, 재무 컨설팅 등 모든 기업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유니콘프렌즈도 출범해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첫 전담컨설팅팀 구성' 삼정KPMG, 4.5조 M&A 자문에 원스톱 컨설팅

삼정KPMG는 2008년 국내 종합컨설팅사 최초로 헬스케어 전략컨설팅 전담팀을 출범했다. 초기 의료기관 중심에서 제약,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으로 컨설팅 대상 영역을 확장 중이다. 해외 의사면허를 보유한 전문가도 갖췄다. 먼저 이동석 부대표를 중심으로 국내 종합컨설팅사 중 유일한 헬스케어 전략컨설팅 전담팀이 구성돼 15~20명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그룹의 헬스케어 전략 수립, 분자진단회사의 플랫폼 사업전략 수립 등 헬스케어·바이오·의료 영역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별도의 디지털헬스케어팀이 있다. 보건의료데이터 컨설팅을 전담하는 헬스케어 테크&스트래트지팀도 구성됐다. KPMG경제연구원과 정기적으로 헬스케어 인사이트 보고서도 발간한다. 삼정KPMG 관계자는 "전주기적 관점에서 ‘전략(Strategy)–절차(Process)–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거래(Deal) 자문' 등 원스톱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M&A 딜을 전담하는 팀(바이오헬스케어팀)은 고병준 파트너가 리더이고 박성원 파트너가 크로스보더딜(국경간 거래), 민홍길 파트너가 재무실사를 담당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문 딜로는 오스템임플란트 인수(2조2000억원), SK팜테코의 프리IPO 펀딩(6600억원), 올림푸스의 태웅메디칼 인수(4800억원),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2677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BMS 사업부 인수(2080억원), LG화학 진단사업부 매각(1500억원),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 인수(1213억원) 등이다. 누적 거래 규모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헬스케어 감사역량'EY한영, 관련 회계사와 컨설턴트만 200여명

EY한영은 가장 많은 인력을 자랑한다. 헬스사이언스·웰니스 섹터는 회계사와 컨설턴트 200여 명이 소속돼있다. 이 중 회계사만 100여 명이다. 2022년과 2023년 기준 가장 많은 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부문 시가총액 10대 기업을 감사한 영향이다. 비록 의사 약사 등 전문 자격 보유자는 없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사이언티픽 어드바이저리 그룹을 운영해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
EY의 주요 고객사는 해외에선 머크, 화이자,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이 있고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GC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바이오,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이 있다.

EY한영 헬스사이언스·웰니스 섹터는 유한양행, 녹십자, 셀트리온, 한미약품, 동화약품, 바이오노트, 신라젠 등의 회계감사를 담당해온 손동춘 파트너가 총괄하고 있다. 컨설팅 부문은 신약개발사 대표 경력을 갖고 미국과 한국에서 20년 이상 컨설팅 경험을 가진 박지현 파트너가 이끌고 있다. 서비스 범위는 국내 기업들의 신사업 기획, R&D(발굴, 공정, 임상), 시장공급 및 공급망관리(SCM), 상업화, 시장진출전략(GTM) 등으로 바이오산업 발전의 전주기에 대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대상으로 R&D 전문 컨설팅 및 국제거래 관련 세무리스크 관리, 조세 분쟁 관리 등도 자문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전문 자격인력 확보한 딜로이트, 90개국 2만4000명 전문가 활용

딜로이트는 약사 4명, 수의사 1명 등 '빅 4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전문 자격 소지자를 보유 중이다. 최정훈 전무가 생명과학·헬스케어팀을 총괄하고 있다. 11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글로벌 CDMO기업 자문과 헬스케어 M&A 경험이 많은 이해섭 파트너가 리더를 맡고 있다. SK케미칼 출신 편제성 이사, SK바이오사이언스 출신 장석태 차장, 하이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 출신 이호철 과장(약사), SK바이오팜 출신 최지섭 과장(약사), 수의사인 김영인 과장, 씨젠 출신 이보라 과장,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출신 장세훈 과장(약사) 등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국내 1위 제약·바이오·메디컬테크 컨설팅 제공사로서 과학 및 의학 전문인력이 많아 기술적, 상업적 분석이 모두 가능하다"며 "전통적인 실사 업무 외에도 인수 후 통합(PMI), 계약서 자문, 전 세계 전문가(90개국 2만4000여명)를 활용한 국가별 자문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