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이 최고인데…'대만 1위' 꿰차는 동안 기회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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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넘고 '레포츠 비비탄총' 1위로 올라선 대만대만이 실제 총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드는 '에어소프트건'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인 일본을 제치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에어소프트건 산업의 성장성을 알아본 대만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에 나선게 주효하면서다. 반면 한국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규제 장벽에 막혀서 내수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는 평가다.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규제에 막힌 韓
급성장하는 에어소프건 시장
업계에 따르면 에어소프트건 시장은 지난해 2조8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매년 6~7%의 성장을 통해 오는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37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관상용을 넘어서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해 모의전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배틀로얄 등 온라인 슈팅 게임 이용자를 중심으로 매니아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에어소프트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 시장은 당초 도쿄 마루이 등 일본회사들이 주도했다. 그러다 일본 회사의 하청을 맡았던 대만과 홍콩회사들이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 독립하면서 치열한 시장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직접 브랜드화에 나선 ICS에어소프트, VFS, G&G, KingArms 등 대만 회사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서서히 업계를 평정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대만 기업들의 등장은 가격 허들을 낮추면서 에어소프건 수요 확대에도 큰 기여를 했다.에어소프트건은 겉모습만 보면 실제 총과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 얼마나 똑같게 만드는지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는 외형 뿐만 아니라 총을 실제 발사했을 때 반동, 트리거 반응, 탄속 일관성 등이 얼마나 진짜 총과 유사한지가 성능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구동 방식에 따라 전동블로우백(EBB), 가스블로우백(GBB) 등으로 구분된다.
규제 완화 힘입어 대만 급부상
에어소프트건은 일부 매니아층의 관상·수집용을 넘어서 에어소프트게임에 활용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에어소프트게임은 플레이어들이 팀을 나눠 모의전투를 벌여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실감나게 수행하기 위해선 탄속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탄속이 너무 낮을 경우 총알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사거리도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일본은 에어소프트건 탄속을 0.989J(줄)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후속주자인 홍콩과 대만은 탄속 상한을 2.0J과 5.7J로 완화했다. 대만 기업의 급성장의 배경에는 탄속 규제 완화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유럽의 체코(16.0J), 스웨덴(10.0J) 등은 탄속 상한 높아서 서바이벌 게임이 활성화 돼 있다.또 에어소프트건을 군사용 훈련도구 등으로 폭넓게 활용하는 국가도 많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군 전문가들은 에어소프트 건을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장병들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용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안전하면서도 실총에 버감가는 군사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탄속 규제에 가로막힌 韓
한국의 에어소프트건 탄속은 0.2J로 제한된다. 딱밤 수준의 파워로 일본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대만의 한국 탄속의 26배가 넘는다. 0.2J의 탄속은 사거리가 10m 미만이고 정확성도 크게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탄속으로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에어소프트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GBLS사는 10여년전 시장에 뛰어들어 독자적인 DAS 구동방식을 개발, 하이엔드 시장에서 매니아층을 넓히고 있다. 전동 방식을 쓰면서도 GBB 수준의 현실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총과 동일하게 상하부 분리와 호환이 가능한 점도 GBLS 제품의 특징이다. 기어박스, 스마트맥 등 핵심 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문제는 국내의 탄속 규제다. 탄속 규제가 계속될 경우 내수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도 수출용과 내수용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대만 G&G사 등이 매년 세계 슈팅 매치를 개최하면서 수요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에어소프트건 산업의 불모지가 됐다"며 "최소한 1.0J 수준으로 탄속 규제를 완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