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좌표' 문수보살 그린 송광사 '영산회상도' 국보된다

문화재청,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 국보 지정 예고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문화재청 제공
"나를 천대하고 방해하며 구하지 않는 중생들조차도 모두 보리심(불교의 깨우침)을 얻게 할 것이다."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염원하던 10가지 소원 중 하나다. 부처의 제자인 그는 모든 중생한테 차별 없는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후대 불자들에 의해 '지혜의 좌표'로도 꼽히며 오늘날 대부분 사찰 대웅전에서 석가모니 왼편에 봉안돼 있다. 문수보살이 수많은 청중과 함께 석가모니한테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을 담은 불교 그림이 국보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27일 발표했다. 2004년 보물로 지정된 지 20년 만에 국보 승격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팔상도 제1폭 도솔래의상 /문화재청 제공
1725년(영조 1년) '의겸'이라는 화승이 제작한 이번 유물은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구성됐다. 한 전각에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일괄로 조성해 봉안한 그림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송광사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청중을 모아놓고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화면 상단에 석가모니가 앉아있고, 10대 제자와 사천왕, 수호신인 신장이 좌우로 들어섰다. 아래쪽에는 석가모니를 바라보고 앉은 문수보살 주위로 수십명의 청중이 그려졌다. 후불탱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문수보살이 등장하고, 그가 함께했던 많은 중생이 묘사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불탱화는 법당에서 불단 뒤쪽 벽에 걸어놓는 불화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팔상도 제8폭 쌍림열반상 /문화재청 제공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의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표현한 불화다. 팔상의 개념은 불교문화권에서 두루 등장하는데, 표현 방식은 시대와 국가별로 상이하다. 한국의 경우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의 그림을 차용한 팔상도가 제작되다가, 후기에 접어들며 <석씨원류응화사적>의 도상으로 새로운 형식의 팔상도가 유행했다. 송광사 팔상도는 이러한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영산회상도를 중심으로 팔상도 각 폭이 통일된 필치와 색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화제로 구성된 팔상의 인물들을 섬세히 묘사했다"며 "사건에 따른 시공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등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