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끼려면…"디지털 이민 가아죠" 우르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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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2020년 9월 이전 가입 회원에도 구독료 인상 계획 밝혀유튜브가 오는 4월부터 장기 이용자들 구독료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 8690원에서 1만4900원 지불해야
KT,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5월부터 인상…SKT·LGU+도 "논의중"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0년 9월 이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한 국내 회원들의 요금을 일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기존 구독료(8690원)에서 58% 오른 1만4900원을 지불하게 됐다.
유튜브 프리미엄 5년 이상 구독자 이용료 '8690원→1만4900원'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프리미엄의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2020년 9월 8690원이던 구독료를 한 차례 인상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 스토어 수수료를 포함해 월 1만9500원을 지불해야 한다.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무제한 동영상 감상, 오프라인 저장과 함께 화면이 꺼진 상태나 다른 어플리케이션(앱) 사용 중에도 영상 감상이 가능한 백그라운드 재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6년 '유튜브 레드'란 이름으로 한국 론칭했으며 2018년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2020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했다는 김수빈 씨(28)는 "출시 초반부터 쭉 구독해온 충성 고객 대상으로도 구독료를 갑작스럽게 올리는 태도에 화가 난다"며 "한 달에 1만4000원대는 비싼 것 같아 계정 우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2만원' 비싼 구독료…저렴한 국가로 '디지털 이민' 유행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부담을 덜기 위해 가상사설망(VPN) 앱을 통해 국적을 옮겨 이용하는 것을 두고 '디지털 이민'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구독료가 보다 저렴한 인도, 튀르키예,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국적을 옮겨 이용하는 것을 가리킨다.유튜브가 국가에 따라 프리미엄 구독료를 다르게 책정해 이 같은 '디지털 이민'이 가능해졌다. 각국 구독료는 인도 129루피(약 2070원), 튀르키예 57.99리라(약 2480원), 나이지리아 1100나이라(약 950원), 아르헨티나 869페소(약 1380원) 등이다.실제로 포털 등에 '유튜브 우회'를 검색하면 VPN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A씨(32)는 "유튜브에서 저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아내는 이집트인으로 살고 있다"며 "처음엔 우회하는 게 귀찮았는데 막상 한번 해 놓으니 연간 구독료가 부부 합산 몇십만원 이상 줄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디지털 이민 단속에 칼을 빼 들었다. 프리미엄 멤버십을 구매한 국가에서 6개월 이상 떠나있는 경우 유튜브 멤버십을 정지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용자는 멤버십을 구매했던 국가에서 다시 로그인하지 않으면 6개월 기간이 끝나기 한 달 전에 유료 멤버십이 정지된다는 알림을 받는다. 해당 계정이 가족 요금제 관리자 계정인 경우 요금제에 속한 구성원도 유료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없다.
KT 프리미엄 구독료 인상에…SKT·LG유플러스 인상 카드 '만지작'
통신사 제휴를 통한 유튜브 요금 할인 혜택도 줄어들 전망. KT는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료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5월부터 'OTT 구독' 부가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료를 월 9450원에서 1만39000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KT는 "이번 인상 공지는 지난 12월 유튜브 프리미엄 공식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OTT구독' 부가서비스에만 적용되고 '5G 유튜브 프리미엄 초이스(3종)' 요금제를 이용하면 기존과 동일한 가격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텔레콤 '우주패스'와 LG유플러스 '유독' 등에서 월 9900원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통신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오르면 물건 가격이 오르는 만큼 다른 통신사들도 구독료 인상 여부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며 "인상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만 원 이하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수 있는 통신사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