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오늘부터 합법적으로 일부 '의사업무' 수행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법적 보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 지 8일째인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119 구급대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오늘부터 한시적으로 간호사들이 의사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통해 설정하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호사에게 금지된 행위는 빠진다.27일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해 신속한 진료 공백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시범사업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장은 이날부터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병원장은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부서장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병원은 협의된 업무 외의 업무는 간호사에게 전가·지시할 수 없으며, 이는 의료기관장의 책임하에 관리·운영해야 한다.의료기관장은 근로기준법도 준수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호사에게 금지된 행위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간호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업무는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 △간호사가 주도해 전반적인 의료행위를 결정하고, 해당 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않은 경우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하는 척수마취 시술 등이 있다.

복지부는 "이 시범사업은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를 근거로 한다"며 "참여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의료행위는 민·형사적, 행정적 책임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이 시범사업은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 발령 시부터 별도로 끝나는 시점을 공지할 때까지 추진된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집단 진료 중단 나흘째인 지난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 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강제로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대한간호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간호사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의사업무 수행에 따른 고발 등 법적 책임으로부터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섰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