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은 올해도 찬바람… 세계 시장보다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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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2023년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지난해 전 세계 미술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올 한해 국내 시장도 한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3년 완연한 조정기 시장 진입
2024년 조정 심화할 것 근본적 타계책 고심해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EMI연구소가 27일 발표한 '2023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 경매시장 낙찰총액은 약 1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8.6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된 작품 수량은 1973점으로 전년 대비 15.39% 줄었다. 낙찰률도 약 70.44%포인트로 전년 보다 8.13%포인트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국내 한국화 및 고미술품 시장에 순풍이 불었다는 점이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10억원 이상에 낙찰된 총 17점의 작품 중 8점이 고미술이었다. 이 밖에 10억원 이상에 낙찰된 미술품은 이우환, 유영국, 김환기, 야요이 쿠사마 등의 작품이었다. 해외에서는 한국 작가들이 선전한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홍콩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에서 한국의 전후(戰後) 및 현대미술 부문은 930만달러(약 123억8000만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18.8%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국 작품들은 박서보, 이우환 등 유명 작가들을 중심으로 2023년 홍콩 세일 비중의 5%를 차지했다.
한국 작가들의 '몸값'은 올랐는데 국내 경매실적이 부진했다는 건 그만큼 컬렉터들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성향이 심화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 컬렉터들조차 국내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하기보단, 해외를 찾아 작품을 낙찰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국가별 경매시장을 분석한 아트태틱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한국 미술품이 입지를 다져가고 있지만, 한국 내수시장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낙찰총액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미술시장도 조정기에 진입한 듯한 모양새다. 글로벌 3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의 지난해 판매 총액은 약 111억6000만달러로 전년도(137억달러)의 80% 수준이었다. 초현대미술 부문에서의 판매 급감이 두드러졌다. 미국 작가 사라 휴즈의 경우 경매 판매 총액이 2022년 대비 80.5%나 떨어졌다. 플로라 유크노비치, 마리아 벨리오 등 1980~1990년대생 초현대미술 작가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는 부정적인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수집가들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빅 컬렉션 경매들이 예정돼 있어 지난해와 매출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고액 자산을 보유한 수집가 중 약 54%가 2024년에도 미술품을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과 일본, 브라질, 이탈리아는 전년 대비 구매 관심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의 전망이 좀 더 어두운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소는 "국내 미술시장의 조정기 국면에서 수집가들은 작가 포트폴리오를 더욱 좁혀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며 "구매할 만한 작품들을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양상에서부터 미술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