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맨해튼 검찰, 법원에 트럼프 함구령 요청

미국 뉴욕 맨해튼지검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함구령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미국 ABC뉴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재판에서도 적으로 규정한 사람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면서 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제한적인 함구령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브래그 검사장은 이번 재판과 관련된 증인과 배심원, 법원 직원, 자신을 제외한 이번 사건 수사 검사 등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경호 담당 뉴욕 경찰관인 니컬러스 피스틸리의 진술서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가 다양한 재판에서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극적인 언사를 해왔다면서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형사소송의 질서정연한 진행에 중대하고도 즉각적인 위협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함구령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제1항에 따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을 담당하는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과 트럼프 그룹의 자산가치 조작과 관련한 사기 의혹을 심리하는 맨해튼 지방법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맨해튼지검은 이날 재판부에 지난 2005년 연예 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녹음파일을 배심원단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맨해튼지검은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내용이 담긴 이 녹음파일이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 돈을 주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에 대한 입막음용 돈 지급과 관련해 기업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맨해튼 형사법원은 다음 달 25일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형사 재판이 될 이번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지만, 맨해튼 형사법원을 제외하고는 공판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성추행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 배상과 명예훼손 소송 재판, 뉴욕주 검찰이 제기한 자산 부풀리기 의혹 관련 소송은 모두 민사 재판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