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사 반발에도…대학들 "의대 증원 수요 당초대로 신청 예정"
입력
수정
교육부 "2000명 증원 문제 없을 것"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대학이 지난해 제출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규모대로 교육부에 증원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국 40대 의대의 2025년학년도 증원수요는 최저 2151명, 최대 2847명이었다. 일부 대학들이 당초대로 증원을 요청할 경우 증원 규모를 두고 고민중인 다른 대학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학장 “대학수요, 증원규모 근거 안돼”
○단국대 등 “당초 증원 수요 신청하겠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다음달 4일을 기한으로 각 의대 정원 수요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대학들은 작년 11월 제출했던 확대 규모를 신 큰 변동 없는 수치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사 측이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의대들은 교육 여건을 고려해도 정원 확대가 가능하다고 확인해주고 있는 셈이다.앞서 교육부는 이달 22일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고 당장 수용 가능한 의대 정원을 내달 4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대학에서 당초 제출한 인원보다 적은 수를 써서 낸다면 이들 대학의 정원을 억지로 늘리는 게 어렵지만, 반대로 이전과 같거나 많은 인원을 제출할 경우 의대 교수들은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교육 여건상 어렵다’는 이유가 사라져서다.교육부는 “작년말 수요조사에서 2200명 이상이 접수됐기 때문에 이번 접수에서도 2000명 이상 수요가 신청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현재 정원이 40명인 아주대는 지난 조사에서 110명을 늘린 15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고 적어냈다. 학교는 이번 조사에서도 같은 수치를 적어낼 예정이다. 천안 단국대 의대(현재 정원 40명)는 작년 80~100명 증원을 희망했고, 올해도 그대로 제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현 정원이 125명인 부산대 역시 작년과 동일하게 25명을 증원해 총 150명 규모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정원이 93명인 원광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내부 논의 중이지만,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조사를 한 뒤기 때문에 수치를 바꾸기 어렵다는 게 대학의 입장이다. 한 지방 의대 관계자는 “지난번 조사에서 수요와 역량에 대한 조사를 이미 마쳤고, 학교 입장에서는 묶여있던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수치를 줄여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수요, 증원규모 근거 안돼”
다만 의대 학장들의 셈법은 대학 본부와 엇갈렸다. 대학본부의 정원 수요와 달리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350명 정도 확대하는 게 적절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 26일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고 “대학별 정원 수요조사 기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개별 학교의 판단에 맡길 경우 대학들이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증원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장철훈 부산대 의대 학장은 “정부가 대학들이 적어낸 수치를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근거로 이용하는 것은 순서가 뒤집힌 것”이라며 “증원 규모를 정부에서 먼저 산정한 뒤 각 대학에 배정해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는 각 대학이 수용 가능한 인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 4월 전 정원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3월내로 정원 배분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며 의대 학장들의 수요조사 기한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당장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면 기간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원 수요를 조사하고, 정원 배정 위원회를 열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받아 대학입시 요강을 확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들은 아무리 늦어도 수시 모집 전인 5월말까지 홈페이지에 입시 요강을 게시해야 한다.
수요조사에 무리한 수치를 적어낸 학교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의대 정원 확대로 학교의 선호도를 크게 올릴 수 있어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공격적인 수치를 적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 주요 대학 총장은 “통상 정부에서 예산, 인력 등을 배분할 때 각 학교가 신청한 것보다 더 적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부풀려 써야 한다’고 학습된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방대 미니 의대에서는 단기간에 학생들을 몇 배씩 늘려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