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찢어진 종이도 아름답다…'물성 탐구 개척자' 곽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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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우주 속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사물이 존재합니다. 이토록 많은 사물에 무언가를 말하게끔 하고 우리가 그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르죠.”
일본을 무대로 활동한 곽인식은 사물의 성질인 물성(物性)에 몰입한 작가다. 그는 굴러다니는 돌, 찢어진 종이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부터 사물과 자연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며 작품으로 표현했다. 유리, 놋쇠 등의 소재를 사용한 작업은 한·일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미술의 물성에 주목한 유럽의 아르테 포베라나 일본의 모노하보다 5년이나 빠른 작업이었다.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회화를 그리며 사물의 근원적 형태인 점, 선, 원에 주목한 작업을 꾸렸다. 캔버스 위에 셀 수 없는 타원형 점을 찍는 모노크롬 작업이었다. 점을 무수히 겹쳐 찍는 과정을 통해 점과 점 사이의 시차로 공간감을 형성했다. 원색 물감에 석고를 쌓아 텁텁한 질감을 표현한 시리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남았다.
곽인식은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미술계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작품을 지금 강릉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원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열리는 ‘인 다이얼로그 : 곽인식’ 전을 통해서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