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ETF' 언제 사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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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이미 매출액 정점 반영…가격 매력적인지 의문"
사진=게티이미지
비만치료제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대세로 등극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후발 비만치료제 개발기업 가운데 선두권인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가 성공적인 비만치료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루 아침에 121%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8일 'KODEX글로벌비만치료제TOP2 플러스' ETF를 설정했는데요. 벌써 시가총액이 430억원을 넘었습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제 개화하는 단계입니다. 제약사들의 설비시설이 확충돼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게 운용사의 판매 포인트입니다.비만치료제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기댄 성장지수펀드(ETF)가 국내 대표 운용사들에서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기차에 올라타도 늦지 않은 걸까요?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은 급증하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30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비만치료제 시장이 높은 성장성을 보일 테니 글로벌 비만치료제 ETF를 사라는 것이 운용사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 또한 디테일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세부사항을 이해해야 온전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자산운용 ETF의 운용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플러스 ETF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선두기업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를 각각 25.5%, 26.3%씩 편입했습니다. 이 밖에 미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치료제로 임상 중인 종목만 추려 동일 가중으로 총 10개 종목에 투자했습니다. 또 매년 6월, 12월 정기적으로 지수 변경을 진행하는 운용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노보와 릴리 두 종목에 전체의 50%를 투자하는 ETF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보와 릴리의 주가 성과에 의해 이 상품의 수익률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높은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노보의 '위고비(Wegovy)'와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가 이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할 것이라는 게 이 ETF의 투자 논리입니다.

지난달 27일 KB자산운용이 출시한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상품과 운용 방식이 매우 유사합니다. 운용사만 다를 뿐입니다. 상품명이 이미 말해주고 있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쌍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쌍둥이들이 제대로 성장할지 예상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25%를 차지하는 일라이 릴리의 현재 주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릴리의 현재 주가는 770달러(약 103만원)이고, 시가총액은 약 7000억달러(약 935조원)입니다. 최근 5년간 주가는 521% 상승했고, 최근 1년간 100% 이상 급등했습니다.

2021년만 하더라도 200달러(약 26만원) 수준이었지만,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과 젭바운드 임상 성공, 신약승인 호재로 인해 급등한 결과입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현재 7000억달러 중 약 4000억달러는 비만치료제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의 평가가 400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할 것입니다. 신약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해당 신약의 최고 매출액을 예상하고 그 금액에 2.5~3배를 곱하면 됩니다. 즉 젭바운드의 현재 평가액 4000억달러를 3으로 나누면 약 1300억달러로, 시장이 이를 젭바운드의 최고 가능 매출액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을 보면, 일라이 릴리의 매출은 2032년 1000억달러(약 133조6000억원)를 돌파한 뒤 2033년 900억달러(약 120조2400억원)대로 하락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많은 추정과 가정이 들어간 전망치로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일라이 릴리의 주가가 적극적으로 매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가격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월가에선 일라이 릴리 목표주가를 1000달러 상향한 기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에 참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주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겁니다.

비만치료제가 앞으로 높은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를 지금 가격에 적극적으로 사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로 답할 겁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ETF는 일반투자자들이 상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습니다. 운용사들은 이 점을 고려해 보다 선제적으로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화려해 보이는 비만치료제행 열차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티켓의 가격을 확인하길 바랍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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