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키리바시에 中 경찰 주둔하자…美 ‘발끈’

미국이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 중국 경찰이 배치된 데에 대해 안보 주권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평양 제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미국이 견제 수위를 높이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키리바시에서 중국 경찰이 활동한다는 23일 보도에 대해 ”(중국에서) 보안을 수입하는 것은 어떤 태평양 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지 않는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밝혔다. “이는 지역 및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며 “전세계에 경찰서를 설치하려는 시도를 포함한 중국의 노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안보협정과 사이버 안보 협력이 국가 주권에 미칠 수있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도 덧붙였다. 에리 아리티에라 키리바시 경찰국장 대행은 ”중국 경찰관들과 협력해 지역 사회 치안 유지 및 범죄 관련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2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키리바시에는 제복을 입은 중국 경찰 약 12명이 도착했다. 아리티에라 경찰국장 대행은 ”중국 경찰이 현지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키리바시에 중국 경찰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난 1월 ‘키리바시 중국 경찰서’ 책임자를 임명했다고 발표하는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키리바시는 2019년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2022년에는 중국에 치안 지원을 요청하며 안보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중국은 2021년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키리바시 칸톤섬에 설치됐던 미군 활주로 재건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대사관 개설과 칸톤섬 항만시설 개선을 약속하며 중국을 견제했다.

미국에게 키리바시는 태평양 내 전략적 요충지다. 하와이와는 남쪽으로 약 2200km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가까운데다 태평양 내 350만㎢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갖고 있어서다. 일본 위성 추적기지도 이곳에 있다. 중국은 태평양 제도를 중심으로 안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는 2022년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데에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과 2년간 경찰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파푸아뉴기니는 지난 1월부터 중국과 안보 협상을 진행하다 무산된 바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