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美 B2B 시장서 3년 내 탑3 안에 들겠다"

LG전자 H&A본부장 류재철 사장 간담회
미국 생활가전 시장 20%가 B2B서 발생
진입장벽 높지만 한번 들어가면 수익 안정적
에너지효율 제품 등으로 승부수
“혹시 LG전자에서 왔나요? 그러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주방·욕실 전시회인 KBIS 2024에서 만난 GE 직원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자마자 이처럼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GE뿐 아니라 월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G전자가 이번 KBIS 2024에서 미국의 B2B 생활가전 분야에서 3년 내 업계 3위 안에 들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쟁업체들이 LG전자에 대한 견제심을 전시회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연간 70억 달러 시장 공략


LG전자 H&A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이날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생활가전 시장의 20%가 B2B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8년 전부터 이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 물류와 인력 등을 준비해왔고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체 가정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B2B 시장 규모는 70억 달러로 추정된다. 대부분 빌더(builder)라고 불리는 현지 건축업자들을 통해 제품이 가정에 공급되는 구조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GE와 월풀이 5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며, 나머지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LG전자는 GE 월풀과 함께 탑3 안에 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LG전자의 B2B 시장 내 성장 속도도 연간 20~30% 수준에 이른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빌더들을 전담하는 영업 조직인 ‘LG 프로빌더’를 새로 만들었다. 약 100명 정도 규모다. B2B 시장의 경우 기존 거래업체 간의 결속이 강한 탓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사장은 “하지만 한번 진입하면 고객과의 관계가 확고해지는 효과가 크다”며 “손익 구조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 저감 제품으로 공략


LG전자는 소비자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효율 에너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미국은 이르면 올 2분기부터 탄소를 저감하는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된 가전과 냉난방기 등을 구입하면 세금 공제나 보조금 지원과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LG전자 자체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 전기화 시장은 현재 약 100억 달러 규모로, 매년 1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만일 미국에서 100만 가구가 집안의 주요 가전을 모두 전기화한다면 기존 가스식 대비 연간 최대 60%, 약 300만t의 탄소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한해 나무 33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LG전자는 미국 환경청이 고효율 제품에 부여하는 ‘에너지 스타’ 인증을 획득한 히트펌프 건조기, 고효율 인덕션 쿡탑,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등 주택에 필요한 전기화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올해 초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선보인 히트펌프 기반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콤보’는 출시 초반 다른 세탁·건조 가전 평균 판매량보다 50% 이상을 기록했다.
정규황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는 “미국 뉴욕시에서 대형 빌딩에서 탄소세로 내는 돈이 연간 100만달러 규모다”며 “이들 빌딩이 탄소세 절감을 위해 내부 가전을 바꾼다 해도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초프리미엄 제품군인 ‘키친 스위트’에서 광택을 줄인 무광 스테인리스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주택 건설시장 평년 수준으로 회복”


정 대표는 미국 주택건설 시장 경기와 관련해 “신규 주택 건설 규모가 지난해 140만가구, 올해 149만 가구로 평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며 “기준 금리가 내려가는 시장을 예상해볼 때 올해 하반기부터 B2B 시장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고금리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이사하는 수요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연평균 500만 가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성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라스베이거스=박신영 특파원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