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도 없는데…하이브, 어떻게 매출 2조 가능했나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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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하이브가(HYBE)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상 최초로 연 매출 2조를 달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비교해 업력이 10년가량 차이 나는 후발주자임에도 제대로 '막내의 반란'을 일으켰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하이브, 엔터 업계 최초 '매출 2조' 달성
SM·JYP·YG 앞선 '막내의 반란'
음반 판매 점유율 38%…세븐틴 활약
음원 스트리밍 성장에 북미 매출 증가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2조1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958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보다 24.9% 늘었다.현재의 하이브가 있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인데, 이번 실적은 멤버들이 입대하며 완전체 활동이 불가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는 어떻게 방탄소년단의 부재에도 매출 2조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 음반 판매 점유율 38%…세븐틴 '든든하네'
하이브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음반·음원 판매다. 하이브의 지난해 음반·음원 매출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9700억원으로 집계됐다.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은 지난해 4360만장(써클차트 기준)의 앨범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수치로, 국내 음반 판매 점유율 38%에 해당한다. 누적 판매량 1600만장으로 1위를 차지한 세븐틴을 필두로 2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650만장), 5위 뉴진스(426만장), 6위 엔하이픈(388만장), 16위 르세라핌(195만장) 등이다.
특히 세븐틴의 성과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앨범을 1600만장 팔아치운 세븐틴은 '손오공', '음악의 신', 유닛 부석순 '파이팅해야지'로 남자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음원차트에서도 호성적을 나타냈다.이에 세븐틴의 프로듀서인 범주는 지난해 저작권료 수입 1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함께 2019년부터 5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해온 'BTS 프로듀서' 피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 걸그룹 진영 꽉 잡은 뉴진스-르세라핌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남자 아이돌이 음반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면 음원에서는 걸그룹이 활약했다. 현재 아이돌 시장은 음원 파워가 센 걸그룹 위주로 재편된 상황이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손꼽히는 가운데 이 중 2팀이 하이브 소속이다.뉴진스는 국내 연간 스트리밍 차트 1·2위를 동시에 차지했고, 빌보드의 메인 음원 차트인 '핫 100'에도 5곡을 진입시켰다. 르세라핌은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로 지난 연말 빌보드 역주행을 일으켰다. 덕분에 하이브 음원 매출액은 약 3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80%나 뛰었다.
특히 뉴진스는 앨범 판매량에서도 타사 걸그룹을 모두 제쳤다. 뉴진스가 기록한 426만장은 아이브(380만장), 에스파(346만장), 트와이스(206만장), 엔믹스(187만장)을 넘어선 수치다.
◆ '대면 활동' 전력투구…"북미를 노려라"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공연 진행 팀을 늘려 '대면 활동'을 확장한 점도 돋보인다. 공연팀을 전년 4팀에서 7팀으로, 전체 공연 진행 횟수는 78회에서 125회로 늘리면서 매출이 3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공연팀이 3배 이상, 횟수는 15배 이상 대폭 늘었다.굿즈·콘텐츠 등 간접 참여형 매출이 감소했으나, 공연을 포함한 직접 참여형 매출이 1조4715억원으로 51.4%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하이브는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64%로 높은 편이다. 2017년 국내 매출 비중이 72%였던 것과 비교하면 완벽한 체질 개선이다. 2017년 9%에 그쳤던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해 26%로 증가했고, 일본 비중은 31%에 달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음악 시장이 넓은 지역으로의 진출에 힘쓴 결과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이 첫 북미 스타디움·일본 돔 투어를 진행했고, 르세라핌도 첫 월드투어를 개최했다.
◆ 초동 감소 못 피했지만…BTS 솔로 부활도 '기대'
현재 엔터 업계에서는 앨범 초동(일주일간의 앨범 판매량) 감소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초동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위기론'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하이브 역시 이를 피해 가진 못했다. 르세라핌의 신보 '이지(EASY)'가 초동 98만9268장을 기록하면서 전작 '언포기븐(UNFORGIVEN)' 초동 125만8001장보다 크게 감소했다.이를 두고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은 그대로이나 앨범 성장 둔화에 따른 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하락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했다"며 하이브의 목표 주가를 기존 34만5000원에서 31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다만 음반 감소와 달리 음원 스트리밍은 성장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원은 "앨범의 경우 중국 공구 감소와 팬덤 간의 경쟁 둔화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매출 증가나 앨범 구매자 수가 증가하는 등 팬덤 확대의 흐름은 상당히 견고하다"면서 "상반기까지 부재한 BTS의 공백에도 연간 35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르세라핌의 초동 판매량이 전작 대비 21% 감소했지만, 음원 스트리밍의 경우 오히려 전작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핫 100' 차트인에 성공했던 타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추이와 비교했을 때 필적할만한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부터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제대도 예정돼 있다. 하이브는 멤버별 공백이 너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입대를 진행했다. 입대 전까지 솔로 활동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완전체 공백은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이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앨범이 국내외에서 870만장 판매됐고, 정국은 '세븐(Seven)'과 '3D',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로 빌보드 '핫 100'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슈가는 투어로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오는 6월에는 진이 제대해 다시금 개인 활동을 기대해볼 만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