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비수도권까지 그린벨트 대거 해제, 문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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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마구잡이 팽창을 막고자 설정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해제 문제는 한국에서 늘 뜨거운 관심사다. 충분한 용지 공급으로 산업과 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개발론’과 난개발 방지를 내세우는 ‘환경보호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해당 구역 내 땅 소유자들의 토지 이용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에 적극 나섰다. 해제 결정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기준이 중요하다. 토지 이용 규제에도 일몰제를 적용하고, 규제 지역은 신설하지 않으며, 농업진흥지역(과거 절대농지) 안 자투리 농지 전용 등으로 농지 이용 규제도 전반적으로 합리화한다. 지방 경제 살리기 차원이다. 그럼에도 그린벨트를 풀면 난개발이 예상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린벨트 대거 해제, 문제는 없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제 침체와 인구 급감은 위기 수준이다. 지역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면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한 조치도 해야 한다. 생산·연구·판매 시설이 들어서려면 접근성 좋고 편리한 산업부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문화예술 시설과 오락 등 각종 편의시설도 그린벨트를 피해가며 도심과 먼 외딴곳에 세울 수는 없다. 완고한 그린벨트 제도가 계속되면 지방의 인구 감소도 회복 불능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과감한 해제가 필요하다.
균형발전은 필요하지만 그린벨트의 안전판을 일거에 대거 제거하면 환경파괴가 불가피해진다. 환경이 훼손되면 피해도 막대하고 복구도 쉽지 않다. 지역 경제 붕괴가 공장 부지 부족 때문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인구 감소와 투자 급감이 겹쳐 경제가 침체 일로에 빠진 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지 좀 더 신중히 고민할 때다.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말하지만 특정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 이익만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지역별로 부정확한 그린벨트 해제설이 난무하면서 전국에 투기 붐이 일 수 있다. 선거 직전에 인기 영합 책으로 내놓을 일이 아니다.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산업 부지 확보해 지방 경제 살려야…기업 투자·문화 시설 유치로 균형발전
그린벨트는 무질서하게 도시가 커가는 것을 막기 위해 1971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경직된 운용으로 인해 도시의 정상적 발달과 성장에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처음 시행된 1970~1980년대와 비교해 교통 수도 산업 등에서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했다. 도시가 커진다고 환경오염 요인이 함께 늘어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획일적 규제로 도시가 기형적으로 팽창하면서 도시 진화의 왜곡 요인이 돼왔다. 대도시 주변에 기업과 연구시설, 각급 학교를 위한 용지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일단 그린벨트로 지정되면 누구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그린벨트 때문에 한국의 도시는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울산광역시 내 울주군의 녹지대를 보면 국내 최대의 이 산업도시가 왜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엄격한 그린벨트 제도는 구역 내 토지 소유자의 사유재산권도 지나치게 침해한다. 대도시 인근에서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땅의 개발을 강제로 막으면서 정부가 억지 농부를 강요해선 안 된다. 모든 땅은 그에 맞는 경제적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이런 제한은 역설적으로 지자체 등의 담당 공무원 권한만 과도하게 키워 행정 비리를 양산해왔다. 규제 해제를 바라는 주민과 개발권을 가진 공무원들의 어두운 결탁을 막자면 관련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제 침체와 인구 급감은 위기 수준이다. 지역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면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한 조치도 해야 한다. 생산·연구·판매 시설이 들어서려면 접근성 좋고 편리한 산업부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문화예술 시설과 오락 등 각종 편의시설도 그린벨트를 피해가며 도심과 먼 외딴곳에 세울 수는 없다. 완고한 그린벨트 제도가 계속되면 지방의 인구 감소도 회복 불능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과감한 해제가 필요하다.
[반대] 선거 앞둔 선심책, 투기·난개발 유발…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 어려워
그린벨트 해제와 농업용지 규제 완화가 동시에 나오면서 국토의 체계적 활용에 일대 혼선이 우려된다. 개발 행위 자체가 엄격히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에도 건물 건립을 허용하고, 기존의 토지규제에 대해서는 5년마다 규제 철폐가 검토된다. 토지 이용에 대한 신규 규제는 안 된다는 방침까지 정해졌다. 한꺼번에 이렇게 규제를 풀면 그린벨트 제도의 근본이 흔들리고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농업용지 보존도 어려워진다.먼저 걱정되는 것은 난개발이다. 토지는 공장 생산품처럼 필요에 따라 새로 만들거나 보급할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다. 많이 훼손되면 복구도 어렵다. 환경위기론이 국내외에서 고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린벨트는 가급적 지켜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양보다. 특히 보존 가치가 높은 1·2등급지 지정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어 지금껏 유지해왔다. 이런 땅에까지 산업단지나 음식점 같은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자투리 농지에 대한 전용 허용도 마찬가지다. 자투리땅으로 분류해 허가하겠다는 ‘3ha(3만㎡) 이하 농지’의 경우에도 그 크기가 축구장 3개 만하다. 전국 곳곳 논밭에 공장이 들어서는 기형적 풍경이 나올 판이다.균형발전은 필요하지만 그린벨트의 안전판을 일거에 대거 제거하면 환경파괴가 불가피해진다. 환경이 훼손되면 피해도 막대하고 복구도 쉽지 않다. 지역 경제 붕괴가 공장 부지 부족 때문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인구 감소와 투자 급감이 겹쳐 경제가 침체 일로에 빠진 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지 좀 더 신중히 고민할 때다.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말하지만 특정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 이익만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지역별로 부정확한 그린벨트 해제설이 난무하면서 전국에 투기 붐이 일 수 있다. 선거 직전에 인기 영합 책으로 내놓을 일이 아니다.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 생각하기 -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같이 하면 한국도 '좁은 국토' 아니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의 핵심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땅의 활용 문제다. 당장 요긴하게 쓸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남겨둘 것인가가 쟁점이다. 바로 손익을 따지기가 어려운 ‘좋은 환경의 가치’ 계산 문제도 있다. 접근성이 좋은 유용한 부지 개발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서 투기와 난개발도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면 행정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각 지방의 개발 민원 해소 차원이 되거나 공무원들의 이권 개입 구실이 되어선 곤란하다. 비슷한 시기에 군부대 주변의 군사시설보호구역까지 대거 푼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로써 공군 비행장 주변 등 국토의 8.2%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재산권 행사가 용이해진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 변수다. 안보에 지장이 없는 한 땅에 대한 규제는 가급적 없애는 게 좋다. 이렇게 합리화해가면 한국은 결코 ‘좁은 국토’의 나라가 아니다.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