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받으러 온 주민에 '총격'…수백명 사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품을 받으러 몰려든 주민들이 이스라엘 발포로 아비규환이 되면서 100명 넘게 숨지고, 700여명이 다치는 참변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은 주민은 소수이고 사상자 대다수가 트럭에 치이거나 인파에 짓눌려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가자지구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이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을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벌어진 상황과 관련해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측의 설명이 엇갈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의 아슈라프 알키드라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반면,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수송 트럭 30대가 가자지구 북부에 들어서자마자 차에 실린 물자를 꺼내려는 주민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쓰러진 주민 수십명이 밟혀 사망했고, 혼란에 빠진 운전사 일부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트럭에 치여 숨진 주민도 적지 않다고 이스라엘군은 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총을 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위협을 느껴 경고사격을 한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도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번 참사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추악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들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면서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시급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외교부는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고,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 카타르 정상과 이 '비극적이고 걱정스러운 사건'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옥스팜 등 국제구호기구들도 이스라엘 비난 대열에 동참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 오후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의 민간인과 외국인, 군인을 학살하고 250여명을 납치한 이래 가자지구에선 5개월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소 3만3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7만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230만 인구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기아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구호기구들은 이스라엘군의 비협조와 무너진 치안, 약탈행위 때문에 구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구성원 중 다수가 숨진 가자지구의 경찰관들도 구호 트럭 호송을 거부하는 실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