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양적완화 카드…'잃어버린 30년'과 일본은행의 속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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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일본은행?
니시노 도모히코 지음
한승동·이상 옮김/가갸날
374쪽|2만2000원

위기 상황으로 따지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QE)를 시행한 것도 2001년의 일본은행이었다. <침몰하는 일본은행?>은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은행의 행적을 다룬 책이다. 지지통신사와 TBS 등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한 니시노 도모히코가 썼다.

구로다는 명쾌하게 답했다. “좋지 않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어 “2년이면 돼요. 2년이라고 명기하고 실행하는 거예요. 그만한 정신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합이 잘 맞았던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그의 지나친 과감함에 처음엔 일본은행 내에서 “형편없는 총재가 왔다”며 불만이 컸다. 하지만 핵심인 일본은행 기획라인은 “우리에게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했다”며 내심 환영했다. 구로다가 ‘관청형 리더’였기에 그에 대한 은행 내 불만은 점차 누그러졌다. 강연 하나만 해도 준비된 원고에 세세하게 수정을 가한 전임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와 달리 올라온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금융정책을 제외한 조직, 인사, 혹은 일본은행의 권한 확장에 대해서도 구로다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일명 ‘바주카포’로 불린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물가가 오르는 듯했지만 중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하고 있었다. 소비세를 5%에서 8%를 올린 것도 소비 심리에 타격을 가했다. 2016년 들어서도 중국 경기 침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을 쓰던 일본은행은 단기 금리뿐 아니라 장기 금리까지 관리하는 ‘수익률 곡선 제어’라는 방안을 세계 최초로 꺼내 들었다. 물론 그 후에도 2% 물가 상승률은 달성하지 못했다. 구로다 총재 시기뿐 아니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기간 일본은행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잘 정리돼 있다. 소설을 읽는 듯 ‘이야기’로서도 뛰어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