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대답해야 한다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Daniel Henninger WSJ 칼럼니스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인 지난달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가운데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여부는 미정인 상태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허락 없이는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콜로세움에서 로마인들 앞에서 싸우는 검투사가 된 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내리기를 기다리는 처지다.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J D 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은 동유럽의 지상전을 무기한 지원할 능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지원을 철회하면 우크라이나가 백기를 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군과 전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1938년 히틀러 연상케 하는 푸틴

영국 정부가 선택의 기로에 섰던 1938년 뮌헨협정을 되새겨봐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1930년대 히틀러를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의 군대는 1938년 독립 국가였던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정치적 통일(안슐루스)을 선언했다. 2014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과 병합은 러시아판 안슐루스의 시작이었다.

당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더 이상의 영토 확장은 없다”는 히틀러의 약속을 믿고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독일어권 영토 점령을 인정하는 뮌헨협정을 맺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어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내세우고, 라트비아에서도 러시아계 주민을 빌미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한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합병을 승인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50여 개국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방위 그룹에서 미국이 빠질 수도 있다. 발트해의 러시아어권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938년 뮌헨협정을 평가해보라고 묻고 싶다.

한·미 동맹 파기 염두에 뒀나

2019년 5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한국과의 군사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향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등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중립국이 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런 협정을 맺으면 미국 국방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한 푸틴 대통령의 말을 믿는지도 궁금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침략자의 편에 서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2024년이 1938년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Trump Owes Americans Some Answers on Foreign Polic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