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만병의 원인은 세포"…의학을 떠받친 과학자들의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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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세포의 노래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 이한음 옮김
까치 / 588쪽|2만9800원
생명의 기초 다룬 과학 교양서
퓰리처상 받은 저자 무케르지
세포의 기원부터 최신 항암까지
질병과 상관관계 밝힌 연구들
17세기부터 현재 아우르는 사례
"과학이 없었다면 의학도 부재"

차도를 보이는 듯했지만 면역체계 교란으로 T세포가 간까지 공격하는 게 문제였다. 면역 반응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몸 곳곳에 증식했고, 투입하지 않으면 T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했다. 샘은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났다.우리는 왜 병에 걸리는 걸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세포가 있다고 <세포의 노래>는 말한다. 이 책은 생명을 이루는 기초 단위인 세포를 설명한 과학 교양서다. 세포생물학 교과서와 다른 점은 친절한 설명만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웅담처럼 읽힌다.

1800년대 동물학자인 테오도어 슈반과 식물학자 마티아스 슐라이덴이 동물과 식물 모두 세포가 기본 단위라는 세포 이론을 정립했고, 1950년대에 조지 펄레이드는 원심분리기로 세포 내 구성 물질을 밝혀내 현대 세포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세포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점점 깊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의학도 급진전을 이뤘다.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한 수혈, 백혈병을 치료하는 골수 이식, 불임 치료에 돌파구가 된 체외수정(IVF) 등이 그런 예다.
저자는 미래를 낙관한다. ‘신인류’라는 말을 쓴다. 에밀리처럼 세포를 조작하고 재가공해 치명적인 질병을 극복하는 인류를 뜻한다. 인슐린을 생산하는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제1형 당뇨병 환자, 간에 자리 잡아 동맥을 막는 콜레스테롤 농도를 영구히 낮추는 바이러스를 주입받은 80대, 걷다가 넘어져 후유증으로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안정시키는 뉴런 치료를 받은 사람 등을 앞으로 심심찮게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상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린 의학의 발전은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많아도 의사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더 나아가 과학자 전반에 대한 처우가 낮은 한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