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민간인에 발포…휴전 계획 꼬인 美
입력
수정
지면A10
구호품 기다리던 112명 사망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100명 넘게 숨지는 참사가 발생함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카타르 등이 중재하고 있는 휴전 협상 타결은 불투명해졌다.
EU·프랑스도 "정당화 안돼"
1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참사 이후 피해자의 목격과 증언이 보도되면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목숨을 잃은 이 참사는 최근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1일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228명이 사망했으며 7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시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가자 북부의 포위된 지역 민간인들은 유엔의 구호품을 1주일 넘게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대학살’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유엔 안보리는 29일(현지시간)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미국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시작되기 전 휴전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한 미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 지역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이 하마스와의 휴전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로 휴전 논의가 꼬일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럴 것”이라고 답하며 “아마도 다음주 월요일(3월 4일)까지 휴전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만 하더라도 “다음주 월요일에는 휴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풀려날 인질들의 명단을 요구했다”면서도 “아직 계획된 협상이 결실을 보게 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