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로울까, 환자가 괴로울까"…여의도에 의사 2만명 모인다

최고조 달하는 정부-의사 갈등
'전국의사총궐기대회' 3일 개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 사진=김범준 기자
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정부와 의사들 사이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정부는 삼일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4일부터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향한 행정처분과 고발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맞서는 의사들은 오는 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인 '2월 29일'에서 하루 지나자마자 처음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의 집단사직을 지지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압수수색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중 일부에 대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공고)했다. 우편, 휴대폰 문자메시지, 자택 방문 등을 통해 명령서를 전달한 데 이어 또 한 번 공고를 올린 것으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의료계는 해석하고 있다.
경찰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의사단체 전현직 집행부 5명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김범준 기자
또 복지부가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사들에 대해 면허 취소 후 재취득이 어렵게 관련 규정도 손보고 있는 사실이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 취소 후 재교부에 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교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만들고 있는 단계"라며 "이번 집단행동으로 국가 보건 시스템과 환자에게 피해를 준 의사들은 향후 면허 취소 시 재취득이 어렵게 심사를 엄격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귀 시한 내 100개 주요 수련병원(전공의 1만3000명 중 95% 근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8945명으로, 소속 전공의의 71.8%에 달한다.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565명으로, 이탈자의 약 6%에 그친다. 복지부는 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휴 중 복귀 의사를 밝히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선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전날 "지금이라도 집단행동을 접고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의사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있다. 의협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이 집회에 참여 인원이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압박이 거센 상황 속에서 정확한 참여 규모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서 "내 의사 면허가 취소되면 내가 괴로울까, 환자가 괴로울까"라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의협 압수수색에 대해 "의사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일부 의료인들이 정부의 의료개혁 철회를 주장하며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고, 후배들의 집단행동을 교사 방조하고 있어 이번 불법 집단행동을 누가 주도했으며 가담의 정도는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의협을 겁박하거나 의사 전체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는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