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 복귀무대서 쓴맛 본 앤서니 김…"실수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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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 시즌 3차 대회 최하위권

한국계 '잊혀진 골프천재'
오랜 공백 딛고 돌아왔지만
1라운드부터 '바닥권' 머물러

"장점 아이언게임 전혀 못 살려"
2012년을 마지막으로 필드를 떠난 ‘골프 천재’ 앤서니 김이 프로 복귀 무대인 LIV골프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LIV골프 홈페이지
‘잊혀진 골프 천재’ 앤서니 김(38·미국)이 복귀 무대에서 쓴맛을 봤다. 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막을 내린 LIV골프 시즌 세 번째 대회를 최하위권으로 마무리했다. 12년간의 은둔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첫 대회였다.

앤서니 김은 이날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를 쳤다. 최종 합계 16오버파 226타로 최하위인 공동 53위로 대회를 마쳤다. 52위인 허드슨 스와퍼드(5오버파 215타·미국)와는 11타, 우승자 호아킨 니만(17언더파 193타·칠레)과는 무려 33타 차이다.LIV골프를 통한 앤서니 김의 프로무대 복귀는 세계 골프팬의 큰 관심을 끌었다. 1985년생 미국 동포인 앤서니 김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뒀고 메이저대회에서는 2010년 마스터스 3위에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로 주목받았다. PGA투어 역사상 다섯 번째로 25세 전에 3승을 따내는 기록도 세웠다. 앞선 4명은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애덤 스콧(호주)이다.

2008년 라이더컵에서 미국 대표로 나서며 미국 골프팬에게 짜릿한 순간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캡틴을 직접 설득해 일요일 단식에 가르시아의 상대로 나서 5-4로 승리했고, 미국 대표팀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27세이던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한 뒤 은퇴했다. 간간이 복귀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공식 대회에 나온 적은 없다. 2015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앤서니 김은 “은퇴 후 어깨 회전근, 허리, 손 등 6∼7번 수술을 받았다”고 몸 상태를 전했다.일각에서는 그가 부상에 따른 보험으로 수령한 보험금 1000만달러(약 133억원)가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수로 복귀하면 이 보험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복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자금으로 운영되는 LIV골프가 이 보험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막대한 계약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IV골프는 커트 탈락 없이 운영돼 출전만으로도 막대한 상금을 벌어갈 수 있다.

LIV골프는 앤서니 김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레그 노먼 LIV골프 최고경영자(CEO)가 그의 집을 찾아가 복귀를 설득했을 정도다. 노먼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앤서니 김보다 LIV에 더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며 “그의 재능은 부인할 수 없으며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시 우승할 수 있고 매력이 충분한 선수 중 하나”라며 “그가 다시 정상에 오르는 여정을 함께하며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김 역시 “이번 시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LIV골프 리그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12년의 공백을 단숨에 뛰어넘는 것은 무리였음이 이번 대회에서 드러났다. 앤서니 김은 “페어웨이에서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특히 내 장점인 아이언 게임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앤서니 김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이번 시즌 흥행 카드로 활용하려던 LIV골프의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