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본적 없는 풍경을 더 생생하게 표현한 츠지이 노부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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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츠지이 노부유키 첫 내한 리사이틀
3월3일 서울 예술의 전당

그후 15년만인 지난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츠지이의 한국 첫 단독 리사이틀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박수와 함께 츠지이가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입장했다. 무대 위 피아노에 앉아, 그는 오랜 시간 건반을 훑으며 연주를 준비했다. 그리곤 바로 음악 속에 푹 빠져 들어갔다.첫 곡은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이었다. 첫 소절부터 우리가 바흐의 작품에서 흔히 기대하는 입체적인 연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양한 성부가 입체적이고 구조적으로 조명되는 그런 바흐가 아니었다. ‘입체적’이라는 정의부터 츠지이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에겐 애초에 음악을 대하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 대신 그 자리엔 맑고 순수한 소리가 대신했다. 또 생동감이 넘쳤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지그’가 특히 그랬다. 오른손과 왼손이 정교하게 맞물리진 않았지만, 연주된 음악 그 자체가 춤을 추듯 살아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연주는 2부의 드뷔시 ‘판화’다. 첫 번째인 ‘탑’은 베이스부터 신중하게 음향을 쌓아가며 음악을 시작했다. 신비로운 화음 속에서 5음 음계를 바탕으로 한 동양풍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산물이지만, 이 선율의 분위기는 오히려 츠지이에게 더 익숙한 선율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날 연주했던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에서 보다 더 굴곡진 멜로디가 잘 드러났다. 두 번째 ‘그라나다의 저녁’에선 츠지이 특유의 단단하고 직선적인 연주가 잘 드러났다. 리듬이 조금 더 유연하게 표현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어떤 리듬은 조금 더 날카롭고, 또 어떤 리듬은 더 유연하게 표현되었더라면 이 작품의 매력이 더 잘 살아났을 것 같다.
마지막 앙코르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였다. 작품이 시작되자 객석은 웅성거렸다. 다른 프로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연주하기 정말 까다로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츠지이의 연주는 기술적으론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종소리들을 연출하는 방식이 굉장히 예술적이었다. 한껏 여유롭게 연출되는 왼손의 노래는 단지 이 작품이 빠르게 연주되어야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