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장기간 보유 자사주 소각하라…국민연금 찬성 안 하면 모순"
입력
수정
차파트너스, 금호석유 주주제안 기자간담회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시가총액 4조원 이상의 유가증권 상장사 금호석유화학에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개인 기준 최대주주인 박철완 금호석유 전 상무와 손 잡고 회사가 자사주 소각 등에 힘쓸 것을 주문한 것이다.
금호석유 사외이사에 KB 김경호 추천
"자사주 소각 위한 정관변경 추진"
"주주제안, 경영권 분쟁과 무관해"
4일 오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서울 여의도동 IFC에서 '금호석유 주주제안 프레젠테이션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제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7일 금호석유에 대해 '독립적인 이사회 기능 확립'과 '총수일가의 우호지분 확보 목적 자사주 활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해당 내용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자기주식 소각 관련 정관 변경 △자기주식 소각의 건(정관 변경 후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이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가 이 안건들을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먼저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차파트너스는 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인 김경호 후보를 금호석유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김 후보는 지주 이사회 의장·감사위원장으로서 여러 사례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시장에서 평가된다.
이사회 10석 중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을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사'가 아닌 '일반주주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로 선임하려는 게 차파트너스의 목적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본부장은 "금호석유 지분의 80% 이상을 보유한 일반주주의 권익을 대변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과 이사회의 주주가치 훼손 행위를 막고 견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이 오랜기간 보유해온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를 소각하게끔 촉구했다. 이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주총회 결의가 있으면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의 안을 먼저 올렸다. 정관 변경 이후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회사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본부장은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정이지만 금호석화 이사회가 자사주 소각을 스스로 결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에 정관 변경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며 "정관 변경에 찬성한 이들은 대부분 주식 소각에도 동의할 것이어서 정관 변경이 통과된다면 소각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 주가는 올 1월 말 기준 지난 3년 동안 고점 대비 약 58% 하락했다. 총 주주수익률(TSR)은 해외 동종업계와 국내 주요 화학기업 대비 최하위 수준에 그치는 등 회사의 저평가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저평가 최대 원인은 금호석유의 발행주식수의 18.4%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로 꼽힌다. 자사주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 3자에게 처분·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호석유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차파트너스는 짚었다.김 본부장은 "금호석유 측은 우리 측 제안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본 것이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납득가지 않는다. 과도한 금액을 배당하라든지 과도한 금액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하라든가 등을 요구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우리 제안은 회사가 현금을 추가로 쓸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돈이 하나도 안 드는데도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에 대해 소각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책으로서의 자사주 매입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수주주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차파트너스가 끝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누가 외국인과 국민연금, 소액주주의 표를 얻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변경 건의 경우 정관을 먼저 변경하고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 사례는 앞서도 많았지만 압도적 대주주 지분율에 막혀 대부분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김 본부장은 지난 한 해 국민연금은 노보 노디스크 등 해외 투자기업의 정기주총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해외에선 전부 찬성했던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에 찬성 안 하면 모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 제기되는 박 전 상무의 지분 매각 우려에 대해선 "우리 주주행동은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는 소수주주 지위에서 행동주의 펀드로서 주주가치 제고하고 이사회 견제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고, 양측의 경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사회에 열 자리가 있는데 우리가 단 한 명의 감사위원을 추천한 점으로도 이 점을 미뤄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