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민족 귀소본능 그린 현대문학계의 거장…소설가 윤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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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소설가 윤흥길(82)은 소설 <장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으로 현대문학에 족적을 남긴 문단계 거장이다. 윤흥길은 194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썼다. 소설 쓰기에 전념하려고 일부러 벽지에 있는 분교에 자원해 내려가기도 했다. 1968년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가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973년 발표한 <장마>를 통해서다. 6·25전쟁이 남긴 상처와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후 1970년대 후반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난 노동계급의 소외와 갈등의 문제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직선과 곡선> <창백한 중년> 등이 대표적이다.윤흥길이 얼마 전 발표한 5부작 장편소설 <문신>은 완결까지 25년이 걸려 작가 스스로 ‘필생의 역작’이라고 부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대지주 최명배 일가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 등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전쟁터에 나갈 때 몸에 문신을 새기는 부병자자(赴兵刺字)의 풍습과 해외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이 고향을 그리며 부른 ‘밟아도 아리랑’ 등에서 발견한 우리 민족의 귀소본능을 소설 속에 그려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