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채용비리 의혹…대표는 "지시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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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아들, 관계사에 취업한 대형 제약사 A사에서 대표이사의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대표가 아들이 관계사에 입사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표는 간판제품의 독점대리점 사장 아들을 회사에 채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같은 비위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대표 아들, 해당기업 입사
권익위에 '부정 취업' 신고 접수
4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A사 임원인 B씨는 이런 내용의 진정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지난 1월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서에 의하면 C 대표는 2021년 둘째 아들 C씨(당시 31세)가 A사 관계사인 S사에 취업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사는 그가 A사 대표로 선임된 직후인 2021년 7월 지분 20%를 인수한 애완동물 사료 및 의약품 제조 회사다. C 대표는 이즈음 B씨를 불러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 중”이라며 자녀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B씨는 S사 당시 대표 D씨를 만나 C씨의 취업을 부탁했다. 현재 대표직에서 물러난 D씨는 “A사가 투자사이자 회사 생산품을 독점 매입하는 곳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C씨는 그해 11월부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채 S사의 지방 공장과 대리점에서 일했고, 이듬해 9월까지 본사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C 대표는 이와 별개로 협력사 대표 E모씨의 아들을 A사에 취업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 대표는 A 주력 제품인 신약 관련 자문역으로 일했고, 현재는 독점 판매대리점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C 대표는 2022년 4월께 B씨를 사장실로 불러 “E씨가 호주 대학을 졸업해 영어를 잘한다고 들었다”며 그를 해외사업 등을 맡는 특목사업부에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A사 인사팀은 정식 채용 공고를 내고 절차를 밟았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E씨 학점이 낮았고, 인적성 검사 결과도 미흡했다는 사실이 C 대표에게 전달됐다. 그런데도 E씨는 면접 최고점을 받았고, 그해 6월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C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들의 취업과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없고, B씨가 추천해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E씨 채용에 대해서도 “성적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고, 인사팀에도 지시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B씨는 “C 대표의 강요가 없었다면 학점이 2점도 되지 않는 지원자를 뽑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A사 측은 “C 씨는 펫 사업 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 삼아 열정페이 수준의 급료를 받았고 정식 채용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A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유력 병원장이나 정부 관계자 자녀, 기관장 자녀 등이 채용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며 “대주주가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다’는 원칙으로 주주권 행사를 사실상 하지 않는 바람에 경영진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시온/김대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