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854명 안 돌아왔지만…빅5 전임의는 병원 지켰다

정부, 전공의 집단행동에 면허정지 절차 착수

현장점검으로 미복귀 확인되면
전문의 취득 1년 넘게 늦어질 듯

빅5 전임의 상당수는 재계약
의료 현장 혼란 속 최악은 피해

전국 4곳 응급의료상황실 운영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병원을 무단이탈한 전공의 처벌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집단사직서를 내고 2주 넘게 환자 곁을 떠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갔다. 처벌면제 시한까지 공표하면서 복귀를 독려했지만 대다수 전공의가 외면하면서다. 의료 인력 계약 시기인 ‘2말3초’를 지나면서 전임의 등의 추가 이탈 우려가 컸지만 서울 주요 병원 전임의 상당수는 환자 곁을 지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이탈 현장점검 시작

보건복지부는 4일 국내 대학·종합병원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전공의 복귀 현황 등을 확인하는 현장점검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행정조치 통보를 하기 위한 절차다.지난달 말 기준 국내 100개 병원에서 전공의 72%인 8945명이 사직서를 내고 무단이탈했다.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도 복귀를 거부했다는 내용의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의사는 7854명이다. 정부가 지난달 29일까지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전공의는 565명뿐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29일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현장 점검할 때 출근해 있다면 정상참작이 가능할 것”이라며 “오늘 점검에서 부재가 확인되면 내일 바로 사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행정처분 통보를 받으면 처분 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기간을 갖게 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절차는 몇 주가량 걸린다.

수련 1년 통째로 날아가…취업 불이익도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가 휴게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전공의가 1년간 수련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해당연도 수련중단 기간이 2개월을 넘어선 안 된다. 이번에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는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1년이 통째로 날아간다는 의미다. 박 차관은 “면허정지 처분 절차를 밟는 것은 불가역적”이라며 “행정처분 이력과 사유가 기록돼 이후 각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행정력 등을 고려하면 처분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전공의가 같은 시점에 면허가 정지되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전공의 집단사직을 주도한 지도부부터 행정처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13명에게 업무개시명령 공시를 송달했다. 우편, 문자, 자택방문 등을 통해 전달했지만 끝까지 거부한 의사를 대상으로 정부 명령을 공지한 것이다.정부 행정처분이 본격화하면서 의사들은 반발했다. 국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정부 명령에 따라 의료기관이 임용 포기 의사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하자 해당 병원 담당자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 가동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병원마다 상황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전임의 재계약률이 저조하다”면서도 “어떤 기관은 100% 가깝게 재계약됐고, 거의 한 명도 재계약하지 않은 기관도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고 했다.

전문의 면허를 딴 뒤 전임의 생활을 갓 시작한 의사들의 이탈이 비교적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빅5’ 병원 이탈은 예상만큼 심하지 않은 상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가 대거 이탈하면 수술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었지만 아직은 지난주 취소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복지부는 응급환자 전원을 위해 4일부터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 운영을 시작했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환자를 배분할 계획이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