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건국전쟁과 자유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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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국제부장국내에서도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한국으로 따지면 ‘건국전쟁’에 비견된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해 7월 4일 개봉한 직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제작비(1450만달러)의 17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연배우, 제작자 등을 초대해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영화 상영회를 열고 맨 앞자리에서 관람했다. 같은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론 디샌티스를 지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보수주의 논객 벤 셔피로 정치평론가, 조던 피터슨 교수 등도 영화에 대해 지지 선언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우파를 결집시켰다”고 평가했다.
美 개입주의의 추억
막상 영화는 별다른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주연배우와 제작자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하다. 이 점이 부각되며 보수 관객층의 주목을 끌었을 뿐 영화에 정치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전직 국토안보부(DHS) 요원 팀 밸러드의 실화를 통해 아동 인신매매 문제를 다룰 뿐이다. 공교롭게도 건국전쟁 역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하와이 망명 시절 한국에서 팔려 온 아이를 구한 일화를 소개한다.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아동 인신매매에 좌파와 우파가 다르게 분노할 이유는 없다.이 영화는 오히려 지금은 미국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할 수도 있는 신념을 다루고 있다. 바로 ‘개입주의’다. 영화 속에서 밸러드는 납치당한 온두라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반군이 득실거리는 콜롬비아 정글에까지 뛰어든다. 상부는 아이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전에 반대하지만 밸러드는 강행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는 상반된 행동이다.
이승만 외교가 절실한 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고,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는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도 영향권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만약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는 우선순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했고, 우크라이나 파병엔 반대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흥행도 미국 개입주의를 부활시키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점점 동맹국들의 ‘자유의 소리’를 지키는 데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결국 우리 국민들이 기대야 할 건 건국전쟁의 이승만 같은 지도자의 모습이다. 한국은 이미 6·25전쟁을 부른 1950년 ‘애치슨 라인’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낸 이승만의 외교는 그만큼 값진 것이었고, 지금도 절실히 요구된다.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기 40여 년 전 이미 일본의 미국 침공을 예측한 혜안도 한국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어차피 근대사를 돌아보면 한국이 백척간두에 놓이지 않은 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건국전쟁으로 얻어낸 자유의 소리를 외교·안보전쟁의 승리로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