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 한 분이 역사였다”…영국 한인들의 기억이 담긴 역사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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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교 140년만에 처음 쓰는 영국한인사영국에도 한국인들이 산다. 그 수는 4만여 명이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일반 체류자를 모두 합쳐도 그렇다. 영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외국인 가운데서도 소수 집단이다.
김종백 지음
수문당
336쪽|2만5000원
<한·영수교 140년만에 처음 쓰는 영국한인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 동포신문 한인헤럴드의 김종백 대표가 썼다. 영국 한인들의 140년 역사를 모은 첫 단행본이자 교민 입장에서 쓴 최초의 영국 한인사다. 책에는 1883년 한·영수교부터 140주년인 2023년까지 영국과 관련한 한인들의 역사가 담겼다. 구한말 영국으로 유학 온 조선 유학생들, 20세기 초 영국으로 건너온 한인 이민 1세들, 영국에서 한인회 및 한인요식업협회 등을 조직했던 한국인 이민자들, 런던 코리아타운과 한국학교를 세우고 참전용사들과 교류한 한인 등의 이야기를 책에 고스란히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5년여에 걸쳐 수백 명을 만났다.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것은 남아 있는 기록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에 해외 동포나 이민사 등을 연구하는 한국 학자들이 영국에 와서는 ‘여러분의 역사를 기록하려 합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의 한인 원로들은 고마운 마음에 아낌없이 갖고 있던 자료를 내주었지만, 이 자료들을 몽땅 쓸어간 한국의 연구자들은 논문이나 보고서에 몇 쪽 쓰고 말았다고 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이야기들이지만, 영국 거주 한인들에게 귀중한 역사서다. 저자는 “만난 한 분, 한 분이 역사였다”며 “역사를 풀자 그 시절 우리들 삶이 마치 직접 무대를 보는 듯 짜릿함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