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받지 못한 양육비, 정부가 먼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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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 정책 민생토론회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못 받는 가정에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받아내는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된다.
先지급 後추징
이르면 내년 하반기 선지급제 도입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는 5일 경기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17번째 민생토론회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양육비 선지급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까지 강제 징수 체계 등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여가부는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을 양육비 선지급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은 중위소득 75% 이하인 한부모가정에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이를 비양육자에게 징수하는 제도다. 지원액이 월 최대 20만원에 불과하고, 다른 양육비 지원과 중복 수혜가 불가능한 데다 최대 1년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목됐다.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선지급제가 시행되면 양육비 지급 대상과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양육비 채권을 보유한 한부모 가구는 6만5000여 가구다. 이 가운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가구는 25.9%(약 1만7000가구)로 파악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 1만6000가구가 선지급 대상이 된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여야 모두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그만큼 양육비 소송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현재 양육비 채무자를 향한 형사처벌·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개인정보 공개는 감치 명령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치 명령은 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람을 최대 30일간 구치소 등에 가두는 것을 의미한다.
감치 명령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감치 명령을 받으려면 양육비 본안 소송인 '이행 명령'을 거쳐야 한다. 법원에서 이 명령을 받는 데만 6개월에서 1년 넘게 소요된다. 양육자는 이행 명령 후 최소 석 달을 기다려야 감치 명령을 신청을 할 수 있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은 이미 양육비 선지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정이 국가에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심사 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