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 달리는 유럽 증시…실상은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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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600지수, S&P500지수와 괴리 커져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유럽 증시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보노디스크 등 일부 종목이 랠리를 달리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위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에 유럽 기업들의 실적은 줄줄이 시장 예상을 밑돌고 있으며, 주식 시장이 주요국별로 분열돼 있어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만큼 강력한 상승 동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다.
경기 침체에 빅테크 맞먹는 상승동력도 없어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S&P500지수와 스톡스유럽600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큰 격차 없이 동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2009년을 기점으로 S&P500지수의 상승 속도에 점점 가속이 붙으면서 현재는 스톡스유럽600지수의 두 배를 넘는 수준(2019년=100 환산 기준)에 이르렀다.전 세계 투자 자금이 미 빅테크들에 쏠린 데 따른 결과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은 3조900달러(약 4122조원)로, 영국 FTSE100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총 총합(2조5600억달러)보다 많다. 인공지능(AI) 랠리에 세계 3위(시총 기준) 기업에 오른 엔비디아의 시총(2조600억달러)은 독일 닥스(DAX)지수 편입 종목 총합(1조9800억달러)을 웃돈다.
근본적으로 유럽 증시는 미국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소수의 증권거래소를 두고 상장 창구를 일원화한 미국과 달리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마다 별도의 거래소가 있어 유동성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증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도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그 결과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저금리 수혜를 누렸던 2021년 한 해 동안 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총가치는 3146억달러(약 420조원)로, 유럽(923억달러)의 세 배 이상이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유럽 증시의 체질을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CNBC방송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데이터에 기반해 지난달 29일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보고한 313개 유럽 기업 중 50.2%만이 시장 예상(주당순이익 기준)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고 전했다. ‘어닝미스’(컨센서스 하회)를 낸 기업 비율은 47%에 그쳤던 2020년 1분기 이후 열다섯 분기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