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가 2위" KT·LG유플의 기싸움…통계 기준 바뀐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KT·LG유플 2위 논란’ 잠잠해질까

정부, 이달부터 가입 현황 통계 기준 손질
휴대폰·사물지능통신 구분키로
KT, 이동통신 가입회선 2위 사수해도
'사업 확장' LG유플 위협은 여전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 시장 2위’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이동통신 가입 현황 통계를 발표하는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동통신의 대표성을 띤 휴대폰 회선 수를 따로 분류하는 식이다.

○5년만에 통계 손질…휴대폰 회선 기준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최근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서 이동통신 분야 분류 기준을 바꾸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동통신 가입 회선을 따질 때 휴대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등 사람이 사용하는 통신과 사물지능통신을 구분하는 식이다. 이달 발표할 올해 1월 통계부터 바뀐 기준을 적용한다. 기존엔 휴대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사물지능통신을 모두 합쳐 총계를 내왔다.
이동통신 가입 현황 통계 기준을 바꾸는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통신 업계에선 요즘 이 통계 기준이 중요 쟁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 총계에서 ‘만년 3위’로 불리던 LG유플러스가 88만3547개 차이로 KT를 역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의 순위가 바뀐 것은 1996년 LG유플러스 창립 후 27년 만이다.

해당 통계를 두고 업계에선 ‘누가 진정한 2위냐’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졌다. KT는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 가입 현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통계가 아니다”라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흔히 ‘이동통신=휴대폰’으로 여기지만, 과기정통부가 통계에서 다룬 이동통신 회선의 범주는 넓다는 게 주된 주장이다. 통계에 포함된 사물지능통신은 시설물 감시 및 원격 검침하는 원격관제, 무선결제(카드결제), 차량관제 회선 등을 아우른다.일반 소비자용 휴대폰 회선만 놓고 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의 1~3위 체제는 그대로라는 게 KT 측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종전까지 문제 삼지 않았던 통계 기준을 순위가 뒤집혔다고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서왔다.


○KT, 이동통신 2위 사수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논의 끝에 이용자 해석과 판단에 오해가 없도록 사람이 쓰는 이동통신과 사물 이동통신을 구분해 집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말 특성이 다른 휴대폰과 사물지능통신을 ‘이동통신 가입회선’이라는 통계로 묶어 총계를 내는 게 무리가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 웨어러블은 3세대(3G)~5세대(5G) 단말로 분류돼 ‘W-CDMA’ 통신 약관을 따른다. 사물지능통신은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 약관을 적용한다.

또 과거에 비해 사물지능통신 규모가 커진 데 따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통계 기준도 바꾸기로 한 것”이이라고 설명했다.통계 기준이 바뀌는 데 따라 이동통신 시장 2위를 둘러싼 논란은 잠잠해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동통신 2위’라는 수식어를 사수하게 된 KT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LG유플러스가 사물지능통신 시장 경쟁력을 높이면서 무선통신 시장 입지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