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도 거뜬히 사는 해파리…우리 인간도 그럴 수 있을까[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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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작은보호탑해파리’(투리토프시스누트리쿨라)로 불리는 손톱만 한 크기의 해파리는 물속을 부유하면서 주변의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아 생존한다. 갑자기 수온이 변하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면 우산 모양의 성체였던 이 작은 해파리는 미성체 상태인 꽃병 모양의 ‘폴립’ 단계로 돌아간다. 사실상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다.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배동근 옮김
북트리거
344쪽 / 1만8500원
그러다가 적대적 환경이 사라지면 다시 성장해 나간다. 이 해파리는 이 같은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다. 포식자에게 먹히지만 않고, 살아가는 데 안전한 환경만 조성된다면 그 자체로 영원불멸할 수 있다.<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덴마크의 분자생물학자인 니클라스 브렌보르가 작은보호탑해파리, 그린란드상어,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자연계에서 장수 기록을 보유한 생명체들을 찾아 나선 과정을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동식물 탐구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생명 연장 비결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장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작은보호탑해파리를 부러워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인간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보통 장수 유전자에 따라 수명의 격차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유전의 영향은 20~3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 예로 백세인(百歲人)이 많이 사는 장수촌인 ‘블루존’을 들었다. 블루존은 세계에 다섯 곳이 있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이탈리아 바르바자, 그리스 이카리아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다. 이곳 주민들은 평균 수명이 다른 지역보다 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소 외딴곳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닥치며 블루존의 의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오키나와는 블루존 파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는 “2000년 직전까지만 해도 오키나와 주민들은 장수 국가인 일본 내에서도 평균 수명이 가장 길었다”며 “현재 오키나와는 일본 내 KFC 치킨의 최대 소비 지역으로, 일본 장수 지역 순위에서 최하위 등급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채식을 하면 오래 산다’ ‘오메가3를 챙겨 먹어야 한다’ 등 건강에 관한 보편적인 속설들을 자신의 몸과 세포 체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 모두 노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책은 모든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노화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토대를 보여준다.
이금아 기자